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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그의 자서전

등록 2015-02-04 18:55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영화의 올드팬에게 페데리코 펠리니는 <길>과 <달콤한 인생> 등 사실주의적인 작품의 감독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50년이 넘는 영화계 생애를 통해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드는 기법을 개발해 초현실주의라는 영상 표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선구자로도 기억되어야 한다.

펠리니는 영화 대본 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했고 이후에도 많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했을 정도로 글솜씨도 뛰어났다. 펠리니의 글에 반한 한 친구는 “영화는 빛을 잉크로 사용한 글쓰기”라고 했던 장 콕토의 말을 비틀어 “어떤 영화감독은 잉크로도 빛의 세계를 구축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펠리니에 대해 펠리니가>는 그가 자전적인 에세이와 인터뷰를 재구성해 만든 책이다. 완벽한 자서전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소한 그가 자서전에 대해 갖는 생각만큼은 알게 해준다.

그는 자신을 어릿광대에 빗댄다. “그는 언제나 유쾌하고 익살맞고 초라하나 애정 어린 박수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어릿광대가 되고 싶었다. 그는 자유로운 존재다. 그는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스스로도 즐길 줄 안다. 이것은 신의 가호 아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농담의 희생자인 동시에 농담의 주체이고, 조롱하는 자이자 조롱당하는 자이다.” 그렇듯 자신의 주체를 확신하면서도 자신의 내면을 객관화시킬 수 있었기에 펠리니는 세상을 보는 더 넓은 눈을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이 기성 질서에 대항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그에게 모든 예술은 자전적이며, “진주는 조개의 자서전이다”. 요즘 자서전을 발간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있다. 펠리니의 이 명언을 보여주며 그의 자서전은 무엇일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큰빗이끼벌레’ 등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여러 대답 중에서도 다음의 대답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옥중수고를 위한 습작.’ 진심으로 그렇게 실현되기를 염원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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