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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그리스 노예의 일상

등록 2015-01-15 18:57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노예제가 찬란한 고대 그리스 문명의 한 물적 토대였음은 이제 상식에 속하지만, 노예들 삶의 모습을 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살아있는 재산’ 또는 ‘두 발로 걷는 짐승’ 정도로 여겨졌던 그들은 전쟁 포로로 충당되었다. 그러나 삶의 현장 모든 곳에서 그들의 노동력이 필요했고, 그 결과 가치가 오르자 해적과 도적이 사람들을 납치해 노예상인에게 넘겼다. 빚에 몰린 사람들도 노예가 되었고, 가난한 집에선 아이를 파는 일까지 있었다. 민회가 열리던 민주주의의 장소라던 아고라는 노예 시장이기도 했다.

노예는 광산, 채석장, 공장, 농장 등등 큰 힘이 필요한 장소에서 조악한 처우 속에 위험을 무릅쓰고 거친 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집 안에도 노예는 있었다. 가내노예의 노동 강도는 좀 낮을지 몰라도 집안일 역시 끝없이 많았고, 여주인의 감시를 받으며 견뎌야 했던 감정노동은 측정이 불가능했다. 노예 최고의 운명은 좋은 주인을 만나는 것이었다. 남자 주인의 눈에 들면 성 노리개 역할까지 해야 했으나, 아이를 낳는 것은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 일을 잘하지 못하거나 게으르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예의가 없다고 여겨지면 노예는 어김없이 매질을 당하거나 족쇄에 묶이거나 감금당했다. 도주는 꿈꿀 수도 없었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노예의 의무였다.

힘과 권력을 과시해대는 우리의 천박한 갑들에 견줘 칼럼을 쓸 대상을 찾다가 고대의 노예제까지 올 수밖에 없는 심정이 참담하다. 그런데 새로 알게 된 다음 사실들은 더 큰 참담함을 안겨준다. 그리스에서 과도하게 노예를 학대하는 주인에 대해서는 어떤 시민도 고발할 수 있었다. 한 현인은 “가장 가치 없는 노예라 할지라도 재판을 거치지 않고 처벌할 수는 없다”며 노예에 대한 주인의 권능은 절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드라콘법은 노예 살해자를 사형에 처한다고 명문화했다. 아, 오히려 이것은 우리에게 던져진 한 줄기 빛이려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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