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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홍섭의 물바람 숲] 두만강, DMZ 그리고 한국표범

등록 2015-01-12 18:47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4월 연해주 남부 라좁스키 자연보호구역에 50여 마리의 새로운 표범 집단을 재도입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현재 야생에 남아 있는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은 세계를 통틀어 30~50마리밖에 없다.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대인 연해주 남서부에 유일한 번식집단이 있을 뿐이다. 이 표범은 세계의 9가지 표범 아종 가운데 가장 급박한 멸종위기에 놓인 종으로 한반도가 최대 서식지였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아무르표범 또는 극동표범으로 부르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표범’이라 부르기도 한다.

두만강 일대에 간신히 남은 한국표범 보전에 러시아와 중국이 나섰지만 정작 남북한은 관심 밖이다. 가장 적극적인 러시아는 2012년 표범 서식지를 ‘표범의 땅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워낙 집단이 작다 보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먼저 근친교배 위험이 크다. 동물원에 있는 한국표범이 야생보다 5배나 많고 유전다양성도 풍부하다. 전염병이 돌면 한순간에 집단이 붕괴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개홍역이 돌아 사자 집단의 45%가 죽기도 했다. 이번 재도입 계획은 한국표범의 멸종 위험을 덜기 위한 보험인 셈이다.

한반도 남쪽에서 표범이 마지막으로 산 채로 잡힌 것은 1962년 경남 합천에서였다. 이 한국표범은 창경원에 옮겨진 뒤 1974년 죽었다. 일제 강점기인 1919~1942년 사이 624마리를 ‘해로운 짐승을 없앤다’며 무더기로 잡아 죽인 이후 근근이 살아남은 한국표범은 1970년대 이후 남한에서 자취를 감췄다.

호랑이와 표범을 함께 일컫는 ‘한국범’은 한민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이다. 숭례문처럼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상위 포식자가 생태계에서 하는 중요한 기능이 최근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고라니가 30만마리, 멧돼지는 10만마리나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호랑이, 표범, 늑대 등 포식자가 사라진 영향이 크다. 사람과의 갈등을 피하면서 생태계를 오롯이 되살릴 최상위 포식자 복원을 신중하게 모색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복원한다면, 그 대상은 시급성이나 좁은 면적과 많은 인구 등을 고려해 호랑이보다는 표범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립생물자원관 용역을 받아 한국범보전기금이 수행한 기초연구에서도 “호랑이 복원은 가까운 시일 안에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표범 복원은 가능성이 있다”며 “표범 복원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즉시 시작하자”는 결론을 냈다.

표범 복원의 최적지로 꼽히는 곳은 비무장지대(DMZ) 일대다. 사실 정부가 최초로 2009~2010년 중·서부 비무장지대 안을 조사했을 때만 해도 표범 같은 대형 포식자의 흔적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산양과 사향노루만 많았다.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조사가 중단된 비무장지대 동부 산악지역에 군이 지난해 직접 무인카메라 30대를 설치했다. 조사 결과는 5월께 나오지만 표범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국내에 표범이 없는 것으로 결론난다면 강원도 화천·양구의 백암산·백석산 지역과 비무장지대를 잇는 지역이 최적 후보지가 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표범 복원의 가능성이 가장 큰 비무장지대와 두만강 하구는 앞으로 개발이 집중될 곳이기도 하다. 정부가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하자 경기도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비무장지대 관광개발 방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두만강 하구 일대를 두고도 다국적 도시 조성 등 각종 개발 구상이 쏟아지고 있다.

표범을 복원한다면 이 두 지역의 막개발을 막고 생태적 개발로 이끌 균형추 구실을 할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한반도의 3대 생태축 가운데 하나이고, 두만강 하구는 한반도와 연해주를 잇는 생태축의 관문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러시아의 표범 재도입 사업은 앞으로 12년 동안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추진된다. 비용은 55억~11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말대로 이 정도라면 우리도 못 할 것이 없다. 한국표범이 한반도의 생태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부활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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