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에드워드 사이드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으며 한평생을 살아간 문학평론가였다. 고향 영국령 팔레스타인에서 이집트로, 이집트에서 미국으로 거의 강요된 유랑생활에서 그가 어렸을 적부터 얻게 된 감성은 “언제나 나의 땅으로부터 소외된 느낌”이었다. 영어식 이름 ‘에드워드’가 아랍계 이름 ‘사이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항시 느꼈던 불유쾌한 감정이 그가 정체성의 경계에서 받던 고통을 대변한다. 망명의 상태에서 주변인으로 살았던 지식인이 어디 사이드뿐이었을까마는, 그가 돋보이는 것은 그 개인적 고뇌와 갈등의 상황에서 참된 지식인이 선택해야 할 삶의 한 전범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에 있다.
사이드에게 지식인이란 언제나 망명자이거나 주변인일 수밖에 없다. 망명자는 언제나 고향과 타향의 경계에 위치한다. 고향은 돌아가고 싶은 곳이지만 타향은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 두 세계 사이에서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지식인은 그것을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수용해야 한다. 불편함을 느낀다고 하여 현실과 타협하면서 권력과 명예와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미 지식인의 자격을 상실했다.
지식인은 자신의 국가나 인종이나 직업에 구속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자유로운 정신을 갖고 체제를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전문적 지식인은 국가나 자본이 인정하는 영역 내부에서 금전적 보상이나 정치적 권력을 기대하며 작업한다. 따라서 그들은 ‘자유와 지식을 증진’시킨다는 참된 지식인이 될 수 없다. 참된 지식인은 단지 그 일을 사랑해서 하는 사람인 ‘아마추어’가 되어야 한다. 그는 보편성에 기반을 두고 대중의 집단적 고난을 대변해야 한다. 이런 삶을 산 이탈리아 사상가 비코가 그의 귀감이었다.
서양의 오만을 예리하게 들춰내 현대의 고전이 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은 이런 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법의 기본 정신을 망각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라고 새해 벽두에 권하는 책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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