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꿈을 키운 게 10여년, 대통령을 한 게 이미 2년, 합해서 지난 십수년 동안 그가 했던 언행을 보라. 거짓 눈물과 기회주의적 행동, 말 바꾸기와 위선, 책임회피와 정치보복 등.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에는 개과천선할까? 남은 임기 동안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나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과 소통하며 대한민국을 바른길로 이끌고 갈까? 그런 헛된 기대는 이제 버려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것을 보면 앞으로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
기러기 떼처럼 대통령을 무조건 따르라. 충성스런 ‘친박’끼리 똘똘 뭉쳐 새누리당을 일사불란한 대통령의 주구 당으로 만들자. 충성은 오로지 대통령에게만 하는 것이다. 대통령에 관한 “찌라시”를 청와대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국기문란” 행위다. 재벌 가석방은 사면이 아니다.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하고, ‘나’를 가리키며 국가라고 한다. 과거의 행적은 차치하고 연말연시 대통령과 집권여당, 그리고 측근들이 내뱉은 말과 행태를 보더라도 그가 변하리라는 생각을 이제는 정말 버려야 할 것 같다. 우리 모두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남은 임기 3년 동안 벌어질 더 절망적인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에게 대통령이 있었는지 의심이 갈 때가 많았다. 국정의 고비고비마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은 노무현 정권 탓, 부하직원 탓, 야당 탓, 못된 국민 탓, ‘불순한 유가족’ 탓, 좌파 탓, 종북 탓, 북한 탓, 일본 탓이었다. 중요한 시기에 국정의 이선으로 사라지는 대통령, 모든 일에 책임을 안 지는 대통령은 ‘진짜’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요즈음 유행하는 노래 가사처럼 “대통령인 듯, 대통령 아닌, 대통령 같은” 정체불명의 ‘그대’일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서 책임 있는 결정이 나올 리 없다. ‘대통령 놀이’를 즐기려는 게 아니라면 왜 대통령을 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때가 많았다.
말로는 경제 골든타임, 안전 골든타임 하면서 무책임한 행동으로 매번 골든타임을 놓치는 당사자가 바로 대통령이었다. 청와대 부하들과 관료들에게 국가와 사회를 위한 골든타임은 없었고 대통령을 위한 골든타임만 있었다. 말로는 법과 질서를 되뇌면서도 백주에 벌어진 ‘백색테러’는 침묵으로써 묵인하였다. 정당을 해산시키고 대통령 풍자 전단을 뿌린 사람을 구속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고 했다. 이걸 과연 정부라고 불러야 할지.
그가 내놓은 창조경제·혁신경제 정책이라는 것들도 대부분 정책이라기보다는 좋은 말들만 잔뜩 모아서 나열해 놓은 것들에 진배없다. 지면상 자세한 내용은 뒤로 미루겠지만 그 정책들이라는 게 대부분 실제 효과는 불문하고 이름이 좋아 들어간 것 같고, 심지어는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 주택시장 정상화, 가계부채를 조장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해고를 쉽게 하는 고용대책 등 그 효과가 반대인 것도 많이 있다. 여기저기 ‘창조’ 딱지를 갖다 붙이고 대통령이 ‘전략회의’만 주재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대학생들이 보기에도 낙제학점 수준이다.
국제경제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우리 경제는 성장잠재력 저하, 가계부채 악화 등 이미 위험국면에 들어섰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3년을 무사히 잘 넘기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붕괴할지도 모른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 대통령 눈치만 보는 관료와 집권여당, 정권에 붙어 단물만 빼먹는 재벌과 종합편성채널들에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
국민 모두 정권의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잘못한 것을 국민의 힘으로 응징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정치 독과점 체제를 깨야 한다. 그래야 여당이든 야당이든 제 몫을 하도록 채찍질할 수 있다. 정치개혁·관료개혁 없이 경제혁신도 경제회생도 없다. 6070세대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다음 세대와 공생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괴멸하고 그러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박 대통령도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게 하나 있다. 미래에 박근혜를 위해 역사를 다시 써줄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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