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솔직히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쓴들 뭔 소용이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정부의 문제가 어디 한두개라야지. 차라리 박근혜 정부를 ‘전손 처리’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 같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전손 처리란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들이 자동차 값을 보상해주고 폐차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더라도 수리할 데가 너무 많으면 차라리 버리고 새로 사는 게 싸게 들기 때문에 전손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박근혜 정부를 보면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문제가 많고, 어디 몇 군데 손본다고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하는 말이다.
문제투성이 정부를 전손 처리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좋은’ 대통령을 새로 뽑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새로 만드는 것일 게다. 그것이 아마도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겠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통령을 새로 바꿀 수 없다면 지금 있는 대통령이라도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이 안 바뀌는데 부하들이 바뀌겠는가. 상전이 책임은 안 지면서 공은 다 가로채 간다. 아랫것들이야 상전의 비위를 맞추면서 시키는 대로만 하겠지. 상전이 솔선수범하여 변하지 않으면서 아랫것들에게만 변하라고 한다. 상전이 정말 변하는 것을 원하는지 아닌지는 눈치 빠른 아랫것들이 단박에 알아챌 텐데 아랫것들이 변할 리가 없다. 지난 2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잘된 것은 모두 내 덕이고 잘못된 것은 모두 남 탓으로 돌리는 것, 그리고 나는 변하지 않으면서 남만 변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모든 게 남 탓이니 자신은 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리더로서는 최악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경제는 침체되고 실질 실업률은 10%를 넘었다.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민 소득은 정체되고, 빚 없던 가구의 30%가 2년 만에 새로 빚을 졌는데 경기 부양한답시고 서민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다. 가계부채가 폭발할 지경이다. 정리해고를 쉽게 해서 정규직을 ‘중규직’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게 창조고용이다.
그런데 ‘서금회’는 금융기관을 독식하기 바쁘고 선거공신들은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무 공공기관이나 전리품으로 마구 집어먹느라고 정신이 없다. 심지어 민간재단 이사장 자리도 대통령이 챙긴다고 한다. 말을 안 들으면 민간단체도 손본다고 한다. 대통령이 말로는 관피아를 척결하고 공공기관을 혁신한다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아랫것들이 어디 있겠는가. 규제는 “원수, 암 덩어리”이고 그래서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할 것”이라고 무시무시한 말을 하지만 정작 금융위원회는 대선공신과 서금회 사람을 금융기관에 심기 위해 ‘신관치 규제’에 바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금융위원회를 단두대에 올려 목을 치리라 생각하는 아랫것들은 아무도 없다. 박 대통령은 금융기관을 대신 단두대에 올리고 있다. 누가 변하겠는가.
박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법과 질서’를 입버릇처럼 되뇌지만 정작 그에게 법과 질서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자신을 법과 질서로 착각하고 자신은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이중성을 모를 리 없는 아랫것들이 법과 질서를 지키겠는가. 법과 질서는 상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때아니게 웬 환관들이 또 설쳐대는가. 국정을 누가 수행하는지 의심케 한다. 누구를 위해 국정을 하는지 의심케 한다. 박 대통령의 측근 환관들이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문제의 핵심이다. 그 증거는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박 대통령만 그것을 못 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하더라. 적폐의 진원지는 대통령이다. 그러니 대통령부터 개조해야 한다. 안 바뀌면 국민들이 나서서 바꿔야 한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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