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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사회적 기업

등록 2014-11-20 18:39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제이미 올리버는 난독증으로 책을 읽지 못하던 장애를 무릅쓰고 요리에 솜씨를 발휘해 성공을 거둔 영국인이다. 우연히 방송에 노출된 뒤, ‘쉽고 건강하고 재미있는 요리’를 주제로 고정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져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올리버는 엄청난 부와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그에겐 세속적 성공 너머를 꿈꾸는 또 다른 야망이 있었다. 그것은 척박한 환경으로 배움도 고용의 기회도 갖지 못한 청소년에게 요리사로서의 미래를 열어주는 일이었다.

이렇게 레스토랑 ‘피프틴’은 런던에서 문을 열었다. 올리버의 10년에 걸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불우한 청소년 열다섯 명을 선발하여 전문 요리사들로부터 집중적인 훈련을 받는 과정은 다큐멘터리로 방송되어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더구나 이 식당은 맛이 훌륭하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성공했고, 거기에 따른 이윤은 청소년 자립과 자선기관에 사용되었다. 유럽의 네 도시에 지점을 둔 피프틴은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올리버의 의지를 지금도 실현해나가고 있다.

그는 아동에게 건강한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캠페인을 시작한 뒤 영국 정부로부터 이 문제를 적절히 다루겠노라는 서약을 받기도 했다. 그 뒤 ‘요리 후진국’이라는 영국의 오명을 벗긴 점과 급식 개선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방송국 설문 조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정치적 인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미국에서도 학생 급식의 혁신에 대한 그의 열정에 감화되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윤만을 고려하는 기업에선 불량식품을 양산해내고, 정치권에선 무상급식 중단을 통해 자신들이 망친 국가 재정을 메우려 혈안이 된 이곳에선 부럽기만 한 강 건너 등불이다. 이 모두가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된, 사람이 살아있는 드라마 <유나의 거리>를 보며 생긴 소회인데, 사회적 기업은 동정이 아니라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공감에서 비롯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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