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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사진의 힘

등록 2014-10-29 18:40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굿이어는 명성 높은 타이어 브랜드인데 그 명칭은 유황으로 고무를 처리하여 고온에서도 녹지 않는 방법을 개발한 찰스 굿이어에 유래한다. 그는 사업에 실패하여 빚만 남긴 채 사망했지만, 그가 발명한 가황법은 고무의 용도를 무제한으로 확장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일확천금의 기회를 줬다. 미국의 한 기업이 그의 이름을 기려 회사를 설립하여 굿이어는 타이어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고무 수요의 급증은 아프리카 주민들에겐 가혹한 시련이 되었다. 유럽 열강은 제멋대로 아프리카를 분할했다. 벨기에가 이 대열에 합류했을 때 유럽 강대국은 베를린에 모여 레오폴드 2세에게 콩고강 유역의 지배권을 승인했다. 레오폴드는 이곳에 콩고 자유국을 건설하여 다스렸으나, 실상 ‘자유’는 허울뿐 이곳은 개인 식민지가 되었고 국민은 노예와 다름없이 착취되었다. 처음에는 상아 남획을 위해, 나중에는 열대우림에서 나는 고무 채취를 위해 그들이 마모되었다. 성인 남성은 매주 3~4㎏의 고무 수액을 채취해야 했다. 채우지 못하면 채찍질이 가해졌다. 더한 경우에는 여자와 아이들을 인질로 잡아가기도 했다.

콩고에 체류하던 영국인 선교사 존 해리스와 사진가인 아내 앨리스가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밤중에 주민 하나가 하소연을 하기 위해 찾아왔는데 그의 손에는 잘린 어린아이의 손과 발이 들려 있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고 레오폴드의 군대가 형벌을 가한 것이었다. 부부는 이 일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결심했고, 앨리스가 카메라를 들었다. 이것이 벨기에가 콩고에서 저지른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였다.

이후 콩고 전역을 돌아다니며 남편은 글로, 아내는 사진으로 제국주의의 만행을 기록했다. 그들은 영국으로 돌아가 설교와 사진으로 콩고의 참상을 증언했다. 마땅히 공분이 일어났고, 레오폴드는 왕좌에서 쫓겨나 콩고 지배권을 벨기에 정부에 넘겼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독립은 그 후에도 요원한 일이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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