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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중소기업 이익률 반토막난 까닭 / 이현숙

등록 2014-10-26 18:48수정 2014-10-26 21:05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지난 15년 동안 중소협력업체의 경쟁력이 뚝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주 <한국방송>이 정부 정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보도한 것을 보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1999년부터 2013년 사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삼성전자, 엘지전자,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 700곳을 분석했고, 영업이익률 하락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납품가격 후려치기’를 꼽았다. 원청업체인 대기업들은 이 기간 동안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후진적 영업방식을 버리지 못했다. 협력업체한테 원가테이블 공개를 요구하고, 아예 납품단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기도 한다. 자동차 협력업체들은 수주할 때 매년 단가를 몇 %씩 낮출 것이라는 걸 아예 명시하도록 강요받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협력업체들이 돈을 벌기 힘든 불공정한 거래행태는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무위원회에서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가 인터넷몰에서 최저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사실상 협력업체의 가격을 통제하는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 국감 현장에서는 중소기업과 한 통신사의 기술탈취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허 도용으로 두 기업 간 11년간의 지루한 싸움이 진실 공방으로 이어졌다.

사실 우리나라 역대 어느 정부도 중소기업에 관심을 두겠다고 말하지 않은 정부는 없다. 그렇게 수많은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나왔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빼가기, 가격 통제, 납품물량 임의조정 등 불공정한 관행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그간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여러 법·제도를 만들어 시행해 왔다.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가 생기면 매번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곤 했다. 하지만 새 대책을 내놓기 전에 관련 법·제도가 왜 지금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결국 정부의 말의 성찬에도 동반성장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뒷걸음친 이유는 간단하다. 말과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공정한 거래를 만들기 위해 여러 제도를 마련해 놓고 한편으로는 대기업에 유리한 법을 만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더 키워왔다. 대표적인 예로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은 발 벗고 동반성장 정책을 내세우는 듯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재벌규제 완화 법률을 강행처리했다. 말로는 중소기업을 살리자면서 행동은 재벌규제를 완화해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법안을 만들었던 것이다.

중소기업은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주 열린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은 “숲 속에 덩치 큰 나무만 살 수 없듯이, 거대 기업 한두 곳의 독점적 지배력이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스웨덴의 경험을 토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하는 사람 중심 경제의 기본 체계를 강조했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만드는 중소기업의 구실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언급했다.

우리는 핀란드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중소기업 키우기에 나섰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50년간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연구해온 이경의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중소기업 편에 서야 그나마 시장에서 균형이 이뤄질 수 있는데, 역대 정부는 하나같이 대기업 편중 정책을 펴 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진정성 있게 중소기업 편에 설 때, 우리는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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