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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 칼럼] 미·일 대중국 전선의 지피(GP)가 될 건가

등록 2014-10-15 18:40수정 2014-10-15 21:05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냉전 종식 이후 외교·군사적 고려에서 최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두루뭉술하게 ‘불확실성’이라고 표현했지요. 이제는 분명하게 ‘위협’이라고 말합니다. 이전에 비해 강도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지요.” 오랫동안 동북아 지역에서 일한 한 미국 외교관의 말이다. 그 ‘불확실성’과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다. 다른 말로 하면 중국은 미국의 ‘주적’이다.

미국의 핵심 파트너는 일본이다. 일본에는 5만3천여명의 미군이 있다. 주한미군(2만8천여명)의 2배에 가깝다. 편제도 육군(8군)이 70%가량을 차지하는 주한미군과 달리 육해공군과 해병대, 항공모함이 다 있다. 기동성과 포괄성을 중시하는 성격을 잘 보여준다. 서태평양 전체를 작전구역으로 하는 주일미군의 주축은 조지 워싱턴 항모를 중심으로 한 7함대와 오키나와의 제3해병원정단이다.

주일미군은 사실상 일본 자위대와 한몸이다(일체화). 사령부는 도쿄도의 요코타 공군기지에 있다. 여의도의 2배 반이 넘는 크기로, 해외 미군 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다. 2년 전 일본의 미사일방어(MD)를 총괄지휘하는 항공자위대 항공총대사령부가 이 기지 속으로 들어갔다. 도쿄 부근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7함대의 모항이다. 미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배들이 나란히 이웃 부두를 사용한다.

오키나와 나하에 있는 자위대 항공단은 모든 일본군 가운데 최전방 부대라고 할 수 있다. 주된 상대는 센카쿠열도(중국이름 댜오위다오)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중국이다. 주력 항공기는 미국제 F-15다. 유사시 전투를 위해 수시로 출격하지만 군이 독자적으로 방아쇠를 당기기는 못한다. 이런 ‘자위’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게 집단적 자위권이다. 최근 크게 수정된 중간보고가 발표된 미-일 가이드라인(방위협력지침)의 핵심 지향점이 집단적 자위권 대폭 확대다. 일본의 목표는 선제공격까지 포함해 미군이 작전지역으로 삼는 모든 곳에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한테 항상 아쉬운 게 있다. 한국군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 점이다. 한국이 호응한다면 중국의 주요 시설과 인구가 몰려 있는 동부 해안지역 코밑에서 더 효과적으로 군사작전을 벌일 수 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해 한-미-일 동맹 체제를 구축하려고 애쓴다. 곧 부임하는 마크 리퍼트 주한대사는 이 노선에 충실한 국방부의 장관 비서실장 출신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는 가장 중요한 시금석 가운데 하나다. 이 체계는 요격 미사일보다 함께 운용되는 엑스(X)밴드 레이더가 더 주목받는다. 통상 1천㎞ 이상, 멀리는 2천~3천㎞ 범위까지 샅샅이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레이더는 이미 일본 혼슈섬 북쪽 아오모리에 하나가 배치돼 있으며, 남서쪽 교토 부근에 또 하나를 설치하기 위해 공사 중이다.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면 사실상 미·일 대중국 전선의 일반전초(GP) 구실을 하게 된다.

‘북한의 위협’은 이런 대결 구도를 구축하기 위한 좋은 빌미다. 핵 문제를 풀고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뒷전으로 밀쳐지고 남북 사이 갈등이 일상화하는 것은 같은 동전의 다른 면이다. 지금 이미 절반쯤 그렇게 돼 있다. 미국 본토가 직접적으로 위협받거나 한반도에서 열전이 벌어지지 않는 한 적당한 수준의 남북 갈등은 있는 게 미국과 일본한테 좋다.

미국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밀어붙이려 한다. 우리 정부는 “공식 협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도 수시로 호응한다.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 곧 군사주권을 계속 미국에 맡기는 대가로 사드 배치를 허용할 거라는 전망이 만만찮다.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 안보 상황의 큰 틀이 바뀌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겉으로는 미-중 협력을 말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를 비판하면서도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미-일 동맹의 하위 집행자가 되는 길로 걸어들어가는 꼴이다.

한마디로 소탐대실의 안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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