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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박근혜’가 ‘아베’로부터 배울 점 / 김보근

등록 2014-09-28 18:33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일본이 성의를 보이면 연내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운 띄우기에 나섰다고 하지만, 그 셈법과는 다른 이유다. 꼬여만 가는 남북관계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한시라도 빨리 아베 총리를 만나 ‘대북관계 잘 풀어가는 방법’에 대한 개인지도라도 좀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핵심은 ‘보수층 설득하기’다. 남한이나 일본이나 똑같은 보수정권인데 일본은 대북 수교 협상을 착실하게 진척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남북은 서로 국가 수반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해댈 정도로 관계가 악화돼 있다. 이런 차이를 만든 핵심이 바로 ‘보수층을 설득할 능력과 의지’ 여부다.

북·일 정부는 지난 5월26~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조처에 합의했다. 북한은 1945년 이후 북한 내 모든 일본인 문제에 대한 재조사를 하고, 일본은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풀기로 한 것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제자리걸음인데 ‘북·일 신뢰프로세스’가 큰 걸음을 내디딘 모양새다.

합의 이후 일본 내에서는 대북 수교 가능성을 낮지 않게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아베 정부의 보수진영 설득 노력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북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가 스톡홀름 합의 이전인 지난 3월10~14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요코타의 딸 김은경(26)씨를 만난 것이다. 또 합의 발표 이후인 6월27~28일에는 일본 패전 뒤 북에서 사망한 일본인의 유가족 9명이 성묘를 위해 평양시 등을 찾았다. 이런 교류들은 납치자 문제 등으로 북·일 수교에 반대하는 보수진영의 반발을 크게 완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도 나온다고 한다. 아베 총리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김은경씨를 일본으로 데리고 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후 김씨가 북한과 일본을 오가며 ‘북-일 교류의 상징’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북일관계에 전통한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이런 시나리오의 뒤에는 ‘보수진영을 설득할 아베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있다고 한다. 우선 ‘의지’의 배경에는 일본의 미래전략이 있단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 속에서, 북한과의 수교가 일본의 장래에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비전이 보수진영을 설득하는 큰 동력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아베가 보수진영 설득을 추진해나가면서 북한으로부터도 대화의 상대방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어떨까. 대다수 국민들이 ‘박 대통령은 보수진영을 설득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보지 않을지 우려된다. 지난 21일 한 반북단체가 북쪽에 대규모로 삐라를 보낸 행위를 보자. 이 삐라 살포 행위 이후 북쪽의 박 대통령에 대한 언사는 매우 거칠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표현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은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북 삐라 살포가 ‘표현의 자유’ 이전에 남북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사실을 왜 설명하지 못할까. 남북관계 개선이 안 되면 앞으로 남북 모두 중·미의 틈바구니에서 어려운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할 ‘능력’이 안 되는 것일까, 아니면 선거 승리만을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 속에 보수진영 설득 ‘의지’는 설 땅조차 없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머지않은 시기에 남북이 서로 적대시하는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북-일 국교 수립’이라는 메가톤급 소식을 접할지 모르겠다. 보수진영 설득의 ‘능력’도 ‘의지’도 없는 보수정권은 비극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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