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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민생경제 죽이는 ‘그네’노믹스

등록 2014-09-14 18:45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근혜노믹스’가 오락가락 무한변신하고 있다.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치 세운다)에서 맞춤복지로, 경제민주화로, 창조경제로, 그리고 다시 줄푸세로 돌고 돌아 왔다. 더 나아가 경제 활성화와 민생경제로 변신하고 있다. 과연 그 끝은 어딜까? 시류 따라 눈치 따라 그네처럼 왔다갔다하니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차라리 ‘그네’노믹스라 부르자.

대통령도 초조하시겠지.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게 없으니. 한 학기 내내 공부 안 하고 빤빤히 놀다가 시험 전날 교과서 처음 꺼내놓고 이리저리 끝없이 뒤적이는 초조한 학생 같다.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초조한 탓에 이상한 짓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대통령의 경제정책 철학은 우리 경제가 나아가는 지침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그네’노믹스의 변신을 보고 있노라면 우울해진다. 점점 더 비뚤어져만 간다. 앞으로 또 무슨 궤변을 들이대며 어떻게 변할지 걱정이다. 워낙 ‘남 탓’의 명수요 ‘말 바꾸기’의 달인이시니 대통령께서야 내가 잘못한 게 뭐냐고 하시겠지. 그런데 성적 안 좋은 학생이 자기가 공부 안 해서 성적이 안 좋다고 하던가. 다 교수가 잘못 가르쳤다거나 아니면 시험문제가 이상해서 잘못 쳤다고 하지. A 받은 학생은 자기가 잘해서 “A 받았다” 하고, F 받은 학생은 교수가 미쳐서 “F 줬다”고 한다지 않는가.

줄푸세는 ‘명박’노믹스의 사촌이나 다름없다. 여기에다 저금리에 가계부채 조장, 부동산 투기 활성화, 그리고 서민 세금폭탄이라는 ‘경환노믹스’까지 덧칠해 놓고 보니 도무지 그 변신의 끝을 모르겠고 정체도 알 수가 없다.

부자 세금 줄이자는 것이 이명박의 ‘낙수 정책’이라면 ‘그네’노믹스는 부자 감세로 부족해진 돈을 서민에게 세금폭탄 때려 걷자는 것이니 더 포악스럽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서민복지도 서민들 돈 뺏어서 하겠단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다.

선거가 끝나면 서민들에게 세금폭탄 떨어질 거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빨리 올려야 다음번 선거 때쯤에는 그 아픔을 국민이 모두 잊을 테니까. 그래도 그렇지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재산세, 그리고 각종 공공요금 등을 그렇게 많이 줄줄이 올릴 거라 하니 서민들만 불쌍하다. 작년에는 “고통 없이 털 뽑는 방식”으로 세금을 걷더니 금년에는 ‘연기처럼’ 걷겠다고 한다. “500원 담뱃값 인상에 서민이 절망한다”던 박 대통령께서 담뱃값을 2000원씩이나 인상하시니 이제 “서민들은 죽어라” 하시는 모양이다. 좋은 대통령이 할 짓은 아니다.

민생법안도 야당과 세월호 탓만 하는데 박근혜 정부가 민생 운운하는 법안에 사실 시급한 민생은 거의 없다. 한두 개 관련된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 실효성이 의심되는 수준이고, 나머지는 민생과 전혀 관련이 없거나 특정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특혜법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의료 민영화의 전초전쯤 되는 원격의료법, 재벌들 학교 인근에 호텔 지으라는 관광진흥법, 임대소득 분리과세·비과세 연장하겠다는 다주택자 특혜법 등이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핵심 민생법안이다. 대한민국에서 서민이라면 다 호텔 정도는 지을 수 있거나 집 서너 채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둔한 건지, 사악한 건지.

자기가 “어렵게 살려온 경기의 불씨”를 금리 낮추고 규제 풀고, 부동산 투기 조장해서 활활 피워 되살리겠다고 한다. 워낙 ‘남 탓’에 중독되다 보니 박 대통령은 야당 탓에 경기가 죽었고 세월호 탓에 창조경제가 안 살아난다고 생각하신다. 말로는 일본을 따라갈까 두렵다면서 하는 행동은 영락없이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으로 기어들어가며 했던 것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민생경제를 살리려거든 우선 민생이 무언지 제대로 알아봐라. 정치쇼 하듯 재래시장 한두 번 ‘기획 방문’ 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선거 때는 민생을 잘도 알던데, 그때 했던 그 많은 현란한 약속 중에 실현 가능한 것 단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실천하라. 그러면 그래도 민생이 좀 나아질 것이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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