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비리 혐의로 쫓겨났던 상지대의 김문기 전 이사장이 총장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과거 상지대는 ‘사학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릴 정도로 비리 사학의 대명사였다. 토지투기, 부정입학, 교수 부정임용, 친인척 비리, 용공 조작 등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김문기 전 이사장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구속되고 대학에서 밀려났으나, 지난 20여년의 ‘투쟁’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든든한 후광을 입어 이번에 학교를 ‘되찾았다’.
그의 전격적 복귀에는 새누리당, 사법부, 교육부, 언론 등 모든 힘 있는 기관이 총동원되었고, ‘투자능력’이라는 경영 논리가 교육기관의 근본 가치를 눌렀다. 그래서 나는 그의 복귀를 또 다른 세월호 참사로 본다. 세월호 참사에 한국의 모든 ‘적폐’가 집약되어 있듯이, 그의 복귀에는 민주주의의 후퇴, 한국의 뒤틀린 자본주의와 그것을 움직이는 거대 종교, 언론계 인적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현재의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을 여타의 재단법인과 차별화하여 공공성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학교의 운영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재단이 물러났을 경우, 새롭게 선임된 임시이사나 이사장 그리고 총장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도록 되어 있어서, 비리 이사진의 복귀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현 새누리당은 바로 사학의 공공성보다는 이사장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단’으로서의 성격을 유지하는 사학법을 사수하거나 ‘개악’을 시도하면서 비리사학의 대변자 노릇을 충실하게 해왔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이 강탈한 의혹이 있는 영남대 이사장을 역임했던 사학의 이해당사자이다.
그러나 이번 김문기 복귀를 가능케 해준 주역은 법원과 교육부였다. 고등법원은 기존 사학법의 정신을 어기면서까지 ‘설립자’의 ‘재산권’을 옹호하는 판결을 내려 실제로는 상지대 설립자도 아닌 김문기 복귀의 물꼬를 텄고, 대법원은 상지대의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림으로써 그의 복귀를 보장해 주었다. 임시이사 체제가 이렇게 지속되는 동안 상지대의 정상화를 미루던 교육부는 이명박 정부 이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를 통해 이 문제를 처리하였는데, 사분위는 대법원의 결정을 곧 옛 재단이 정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할 수 있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다음 그에게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주었고, 결국 그의 복귀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상지대는 ‘정상화’에서 ‘혼돈’의 길로 갔다.
김문기는 여야 힘 있는 정치가들에게 정치자금을 뿌렸고, 이 사건과 직접 연관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 사분위 위원장은 로펌의 대표로서 분쟁 사학은 이들 로펌의 ‘고객’이었으며, 교육부 관료들에게도 사학은 미래의 ‘직장’이기 때문에 이들 모두 악어와 악어새처럼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현 교육부는 김문기의 상지대 총장 선임 취소를 권고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황우여 장관 자신이 2004년 사학법 개정 당시 사학의 편에 섰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상지대는 가장 노골적인 사례이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금 전국의 수십개 사립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재단 비리, 이사장의 전횡, 내부고발자 파면 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학 쪽은 자주성과 자율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은 이사장이 학교를 전횡할 ‘자유’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세월호 참사의 200명이 훨씬 넘는 학생의 죽음도 크나큰 슬픔이지만, 1만, 아니 100만여명의 학생들이 이런 ‘전제군주’가 지배하는 ‘동토의 왕국’에서,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양심적 의인이 보복당하고, 대다수 교육자들이 비굴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배우게 만드는 것 자체가 맑은 상수원에 독극물을 퍼뜨리는 것과 같으니 청년들의 정의감과 민주의식이 피어나기도 전에 시들게 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래서 이번 상지대의 김문기 복귀로 한국 사회의 정의와 민주주의만 확실히 죽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교육과 미래까지 한꺼번에 죽게 생겼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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