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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진정한 황제주가 되려면 / 이현숙

등록 2014-08-17 19:05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지난 수요일 국내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주식시장에서 황제주로 등극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에 이어 세번째로 200만원대를 돌파했다. 2분기 실적 호전이 200만원 돌파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액은 21%, 영업이익은 70% 늘어날 만큼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실적 호전의 많은 부분은 중국 시장과 면세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주식시장에서의 화려한 성과에 마냥 즐거워만 할 수 없다. 지난 6월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불공정행위 조사 결과에 따른 처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남양유업과 함께 대표적인 ‘갑의 횡포’인 대리점 밀어내기(물량 강제발주), 욕설 등의 영업 방식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해 7월 123억원의 과징금을 이미 부과받았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매출액이 남양유업의 3배가 넘어 과징금 액수는 수백억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피해대리점협의회 점주들과의 협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피해보상 대신에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서면서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소식을 접하고 나면 황제주 기업 아모레퍼시픽에 마냥 박수를 쳐줄 수만은 없다. 투자자들은 행복할 수 있지만,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오히려 불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저자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는 사랑받는 기업은 주주의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고객과 직원·협력업체·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특정 이해관계자의 이익 실현을 목적으로 추구하고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위험한 암세포를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한다. 한때 위대한 기업으로 불리다 사라져버린 많은 기업들이 투자자만을 중시하고 직원, 공급자, 공동체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중요성을 무시해 화를 자초했다.

이해관계자 전체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실제 이해관계자의 힘은 위기 때 빛을 발한다. 시소디어 교수가 선정한 사랑받는 기업 중 하나인 유기농 자연식품 대형판매점인 홀푸드마켓은 사업을 막 확장해 나가려는 시기에 위기를 맞았다. 1980년 초반 큰 홍수로 매장의 재고와 설비에 큰 손실을 입었을 때 고객과 주변 이웃들이 청소를 거들고, 투자자와 공급자들까지도 복구작업에 함께해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영업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이해관계자 교류에 적극적인 일본 최대 통신·전자회사인 엔이시(NEC)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참사 당시 주요 피해지역 5곳의 공장이 피해를 입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도움으로 2주 만에 모두 조업을 정상화할 수 있었다.

흔히 기업을 유기체에 비유한다. 실제 기업을 나타내는 ‘코퍼릿’(corporate)이라는 단어는 몸을 뜻하는 라틴어 ‘코르푸스’(corpus)에서 유래했다. 기업 이해관계자는 한 몸을 구성하는 신체기관처럼 작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 몸의 100조개가 넘는 세포가 협력적인 상호작용으로 생명이 유지되듯, 기업도 여러 주체 간의 협력적 상호작용이 원활해야 지속될 수 있다.

투자자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이윤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다 결국 소비자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인지, 이해관계자 전체를 위해 성과를 만들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선택에 달려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해온 ‘인간적 경제모델’은 후자가 아닐까?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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