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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모든 사람은 정치인

등록 2014-07-30 18:30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올로프 팔메는 스웨덴 사회민주당 대표로 10년 동안 두 차례 총리직을 수행했다. 보편적 복지의 주춧돌을 놓은 ‘국민의 아버지’ 타게 에를란더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확고한 신념으로 반대세력을 설득하여 복지국가의 틀을 완성하고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구현했다. 스웨덴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팔메를 꼽는 이유이다.

그는 국내 안정에 역점을 두었던 에를란더와 달리 국제 정세에 깊이 관여했다. 강대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격렬히 비판했고 소련의 프라하 침공에도 꾸준히 항의했다. 자국의 무기 산업이 약화되는 것을 감수하고 이란과 이라크의 분쟁을 중재했으며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철폐를 위해서도 소리를 높였다. 평화가 위협받고, 정의가 거부되고, 자유가 위기를 겪는 곳이면 그가 있었고, 당시 스웨덴은 ‘세계의 양심’으로 통했다.

그의 행동의 기저에는 “모든 사람은 정치인”이라는 생각과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다른 사람이 동조해 함께 움직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때론 그의 행동과 독설이 외교관계를 냉각시키고 정적을 만들기도 했다. 어쩌면 그는 극우주의자,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강대국, 남아공, 경찰과 군부, 군수사업계 등의 ‘공공의 적’이었을 것이다─경호 없이 아내와 영화를 관람한 후 귀갓길에 암살당한 그의 죽음의 배후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걸 보면.

부르주아 출신 엘리트면서 미국 유학 시절에 자본의 횡포와 제국주의의 폐단을 목도한 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공동체를 바꾸는 일에 헌신한 사회주의자, 팔메! “아름다운 날이 우리 앞에 있다”고 외치며 연대를 호소했던 팔메의 주장이 결실을 맺은 것은 그의 신념을 이해하고 지지한 스웨덴 국민의 저력 덕분이었다. 팔메 같은 정치인이 부러울 때마다 자문한다. ‘우리는 그런 정치인을 믿고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는 국민일까?’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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