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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청소년 일터 권리, 사회의 거울이다 / 이현숙

등록 2014-07-27 18:36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영국 노동법상 16살 이하의 연기자는 오전 9시30분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한다. 이 가운데 3시간은 학교 커리큘럼에 맞춘 공부를 해야 하고 1시간은 식사시간이다. 제작자는 교재는 물론 교사도 고용했다.”

<해리포터>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먼이 2007년 도쿄 기자회견장에서 아역배우의 노동법 규정 적용을 얘기했다. 당시 이 얘기는 한국에서도 기사화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 아역배우들은 상상할 수 없는 대우였기 때문이다. 한국 아역배우는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들의 일터는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제작 현장에서 쪽잠을 자거나 밤샘촬영이 일쑤였다. 학교수업 빠지기도 다반사였다.

늦었지만 이제 우리 청소년 배우의 일터도 바뀐다. 이들에게 밤샘촬영을 아예 시킬 수 없다. 지난해 12월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내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보호를 위한 관련 법규에 있다. 법안에 따르면 15살 미만 청소년이 대중문화 용역을 제공하는 시간은 1주일에 35시간을 넘길 수 없다. 특히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는 아예 용역을 제공할 수도, 제공을 받을 수도 없다. 15살 이상 청소년은 5시간 많은 40시간만 촬영할 수 있다.

일터에서의 청소년 권리는 비단 아역배우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직업교육학교 현장실습생들도 해당한다. 양극화, 빈곤층 확대 등으로 점점 더 많은 청소년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19살 청소년 근로자는 2009년 이후 계속 늘어 22만명가량에 이른다. 여름·겨울 방학기간에는 28만명까지 늘기도 한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적잖은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에 나설 것이다.

청소년들은 일터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아직 학교를 다니고 어리다는 이유로 고용주들은 비공식적인 관계로 청소년들을 대하기 일쑤다. 집안 사정으로 학비나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청소년 가운데는 조급한 마음에 근로조건을 확인 않고 일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을 못 받거나 초과근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해 항의하면 ‘본인이 동의한 거 아냐’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업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2012년 ‘청소년 근로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걱정스럽게도 문제점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달 초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15~24살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비율은 줄어들기는커녕 늘고 있다.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지난 5월 고용부는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 추진 방안을 내놓았다. 당장 다음달부터 18살 미만 청소년에게 밤 12시~오전 6시 심야시간에 일을 시킬 수 없도록 했다.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지 않아 적발되면 바로 과태료를 매긴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도 단계적으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넬슨 만델라는 “사회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만큼 그 사회의 정신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는 커다란 전환점에 놓여 있다. 위험이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 우리 사회 패러다임은 사람 중심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일터에서의 청소년 권리를 지켜주는 것으로 작은 걸음을 떼 보자. 법이나 행정제재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나의, 그리고 우리의,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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