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미니총선’이라고 불리는 7·30 재보궐선거에서 여야가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고 한다. 여당의 과반의석 확보 여부가 걸려 있어 향후 정국을 뒤흔들 선거라는 거다. 과연 그럴까? 국민들이 기다리는 큰 변화를 이번 선거가 가져다줄까?
정치를 잘 모르기는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야당의 ‘한심한 짓거리’와 여당의 ‘간교한 정치상술’, 그리고 6070과 영남의 ‘우직한 박 사랑’은 지난 6·4 지방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선거 결과도 그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적 정치편향을 감안해서 보면 대충 무승부가 되거나, 아니면 피차에 적당히 이기고 적당히 지는 선에서 끝날 것 같다. 정치 담당 기자들은 이를 두고 유권자들이 또다시 절묘한 선택을 했다고 감탄사를 쏟아낼지 모르겠지만, 경제학자인 필자의 생각에 이는 우리나라를 망치는 최악의 결과다. 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정치든 경제든 말로는 미래, 창조, 행복, 혁신 등 좋은 말은 다 들먹이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폐습을 계속하면서 이를 모두 죽이는 적폐를 더 쌓아오지 않았는가. 벌써 여러 번 보았는데 무슨 다른 말이 더 필요할까. 여당이 이기면 지금처럼 청와대와 여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대통령만 쳐다보는 ‘오만한 짓거리’를 계속할 테고 적당히 져도 마찬가지일 거다.
야당은 내 당권, 내 지역구, 내 권력만 지키면 됐지 다른 게 다 무슨 필요가 있냐는 식으로 ‘독점적 2등 권력’을 지키는 데만 급급했다. ‘2등 권력’이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좋으니 이번이라고 야당 인사들의 행태가 쉽게 바뀌겠는가. 야당이 이기면 지금처럼 ‘내 당권’, ‘내 정치적 이익’만 생각하는 ‘한심한 짓거리’를 계속할 테고 적당히 져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충 무승부가 되면 여야 모두 ‘한심한 짓거리’와 ‘오만한 짓거리’를 각자 열심히 계속할 테지.
지금 우리 경제는 퇴락과 붕괴의 길로 가고 있다. 서민·중산층이 죽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미래도 없다. 노령층에게 안정적인 노후도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근본적인 혁신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함정에 빠져들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번 선거가 그러한 혁신과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한 당이 존립을 위협받을 정도로 대패해야 한다고 필자는 감히 주장한다. 국민의 열망을 무시하는 당, 진정 변하지 않는 당, 사리사욕만 취하는 당은 어느 당이든 죽는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고 과연 그들이 변할까? 여든 야든 한쪽이 크게 변하지 않고 다른 당이 변할까? 독점적·안정적인 양당 권력구조에서 여야의 암묵적인 정치 담합이 그러지 않고서야 깨지겠는가. 당내 기득권층이 제거될 만큼 큰 충격을 받아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과 희망이다.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직장을 얻어 평생을 안정되게 일할 수 있고, 은퇴 후에도 큰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우리가 열심히만 하면 우리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우리 사회의 내일이 오늘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비전.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는 그런 비전도, 희망도, 그 어떤 미래도 없다. 그런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는 정치 지도자가 없다. 무능한 대통령과 사리에만 밝은 양대 정당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여야가 똑같은데 누굴 찍나? 정말 답답하다. 하지만 길게 보고 냉혹한 선택을 해야 한다. 지역적 연고와 개인적 이해에 얽매인 선택이 훗날 자신을 죽이는 부메랑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6070과 영남은 맹목적인 ‘박 사랑’을 내려놓고 여당을 죽여라. 그들이 여당을 못 죽이겠다고 하면 우리라도 야당을 죽이자. 야당이라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가와 국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정당과 정치 지도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국민들의 몫이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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