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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홍섭의 물바람 숲] 자연의 가격

등록 2014-07-02 18:5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새삼 꿀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 시작한다. 벌통 하나에 든 꿀벌이 하는 일을 사람이 대신 한다면 10~13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꿀벌이 하는 꽃가루받이를 돈으로 따지면 1900억달러에 이른다는 계산도 있다.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라지고 난 뒤에야 가치를 인정받는다. 계곡물을 퍼마시던 사람이 물을 사먹는 시대가 올지 상상이나 했을까. 산업화 이전에 자연은 늘 공짜였다.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나간다.

요즘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다양한 혜택을 ‘생태계 서비스’라고 부르면서 그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연은 식량과 물, 옷감, 의약품을 주고 기후와 홍수, 수질 등을 조절해 준다. 종교와 영감, 관광과 여가의 원천이기도 하다. 100년에 1㎝의 느린 속도이지만 토양을 만들고, 광합성으로 햇빛을 동물 먹이로 바꾸며 영양분을 순환시켜 지구에 생물다양성이 유지되도록 해준다.

로버트 코스탄자 오스트레일리아대 교수는 1997년 <네이처>에 발표한 유명한 논문에서 세계의 생태계 서비스 총액이 연간 33조달러에 이른다고 계산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세계은행이 그 가치를 줄잡아 40조달러로 추산했다. 세계 총생산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이다. 이 돈이면 아폴로 우주탐사를 300번은 할 수 있다. 자연이 자본이라면 세계 10대 은행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 1.6배나 크다.

문제는 이런 막대한 자연자산을 인류가 야금야금 까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타이산 새우에 맛을 들이면서 타이에선 폭풍 피해를 막아줄 자연 방벽인 홍수림이 양식장으로 바뀌고 있는 식이다. 유엔환경계획은 전세계 과학자 130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평가에서 지구의 생태계 서비스 가운데 60%가 사라졌거나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생태계 서비스는, 자연은 풍부하지만 개발이 뒤처진 지역이 균형 발전을 요구하는 새로운 무기가 될 전망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신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풍부한 자연생태계가 주는 가치를 사회가 인정해 경제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도 또한 자연이 주는 혜택을 경제적으로 평가하자는 데 적극적이다. 강원도는 수도권 물의 42%, 홍수 조절량의 61%를 담당하는 등 “국내 최대 최고의 생태서비스 공급 지역”이라고 자부한다. 정부는 9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마련한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의 하나로 ‘생태계 서비스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자연의 혜택을 시장에서 평가하자는 말만 무성할 뿐 여전히 자연은 공짜인 양 행동한다. 엊그제까지 4대강 사업을 한다면서 강이 지닌 수질 정화, 생물다양성 확보, 문화적 유산 가치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깡그리 들어내지 않았던가. 가로림만을 막아 조력발전소를 만들려는 시도도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다. 서해안에 남아 있는 마지막 자연 내만을 훼손해서 얻는 전력은 고작 서산시 수요의 40% 정도만 충족한다. 내륙에서는 유일하게 주목이 어린나무부터 늙은 나무까지 자라는 산인 가리왕산엔 평창 겨울올림픽 활강경기장이 들어선다. 그 산에 무언가 특별한 게 있음이 분명하건만 정부는 눈을 감고 있다.

자연엔 가격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고래의 가치가 고기뿐 아니라 고래관광에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겐 고래라는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 시장 가치만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생태계 서비스 국제콘퍼런스에 참가한 코스탄자 교수도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자연의 상품화나 민영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 많은 생태계 서비스는 최고의 공공재이기 때문에 시장에만 맡겨두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더라도 자연의 혜택을 시장가치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에게 의미가 크다. 적어도 자연이 더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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