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나에게”

등록 2014-07-02 18:24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제가 오리엔트를 정복하고 급서한 이후 로마가 지중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할 때까지의 시기를 통상 헬레니즘의 시대라고 부른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 개방된 세계주의의 정신이 자연스레 확산되었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사람들의 삶에 파고들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적 조류는 셋으로 나뉘는데, 모두가 개인의 행복을 목표로 삼으며 단지 그 추구 방식에 따라 구별될 뿐이다.

그중에서도 스토아학파는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일컬어진다. 그들에겐 모든 욕심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곧 행복이었다. 따라서 감정적인 기복은 물론 세속적 성공이나 물질적 욕망에 초연한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행복에의 관건이었다. 우주나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철학 본연의 자세를 고려할 때 이 시대가 철학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몰염치한 인간들이 국정을 좌우하는 관직을 탐하는 우리의 실정에 견준다면 여기에선 그들이 재조명되어야 한다.

로마 전성기를 이끌었던 오현제 중 마지막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 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였다. 그의 대표적 저서로 알려져 있는 <명상록>의 핵심적 주제는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여 무한한 우주와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관조하는 것이다. 그런 관조의 결과로 인간은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윤리적 원리를 부단하게 추구해야 한다.

서양의 역사에서 불후의 명저로 꼽히는 <명상록>의 원제목은 “나에게 보내는 생각”이었다. 여러 전쟁터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며 10년에 걸쳐 스스로의 판단을 벼리고 단련한 결과로 나온 결정체였다. 제자의 글을 도적질하고, 그것이 ‘관행’이었기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려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렇지만 과연 읽는다면 이해할까? 이해한다면 그 내용을 실천할까? 실은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1.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사설] 윤석열·국힘의 헌재 흔들기 가당치 않다 2.

[사설] 윤석열·국힘의 헌재 흔들기 가당치 않다

앞으로도 우린 파쇼와 싸우게 된다 [아침햇발] 3.

앞으로도 우린 파쇼와 싸우게 된다 [아침햇발]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4.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트럼프의 MAGA, 곧 동아시아로 온다 [세계의 창] 5.

트럼프의 MAGA, 곧 동아시아로 온다 [세계의 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