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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니체와 그리스와 국가

등록 2014-06-25 18:47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니체는 유서 깊은 김나지움인 슐포르타에서 수학했다. 프로이센식의 엄격한 교육 방침을 고수하며 피히테, 랑케 등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를 배출한 명문이었다. 그는 특히 그리스 문화에 심취하여 테오그니스 폰 메가라라는 그리스 시인에 대해 라틴어로 졸업논문을 썼다. 이를 높이 평가한 스승 리츨 교수의 도움이 니체가 학자로서 인정받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이 논문이 그의 경력의 출발점인 셈이다.

이런 외형적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이 초기의 논문에 나타나는 지적 지향을 니체가 평생 유지했다는 점이다. 니체는 테오그니스가 평민이었다는 당시의 평가를 거부하고 그를 귀족으로 규정했다. 단, 신분적 위압을 과시하는 상류 계급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수련과 헌신적인 열정을 고수한 정신적 귀족이었다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인간 정신의 고귀한 가치를 미덕으로 받아들이는 고결한 귀족을 숭배했다. 그런 귀족에 대한 니체의 믿음은 거의 20년 뒤에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귀족은 인격적 차원의 지배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니체는 그리스인들의 국가관도 받아들여 플라톤의 이상 국가를 찬양했다. 플라톤은 맹목적인 대중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파악하고 있는 야만적 외형은 결코 국가의 본질이 될 수 없다고 갈파했다. 합당한 국가는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지 않는다. 국가는 윤리적, 문화적 주체로서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니체의 주장은 근대의 국가가 단지 이익 추구의 수단 정도로 격하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뚜렷한 개탄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국가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출세의 터전쯤으로 여기는 자들의 욕망이 난무한다. 그 비천한 의식이 범람해서 그 길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무능력자로 간주되는 세태까지 이를까 봐 두렵다. 이번 정부의 총체적 부실 인선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국가의 정의를 위해서 반드시 쭉정이는 쳐내야 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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