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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남경필의 연정실험을 주목하는 이유 / 이창곤

등록 2014-06-22 18:25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격전이 끝난 자리에 통합의 훈풍이 분다. 파격적이기도 하다. 승자의 여유와 패자의 울며 겨자 먹기가 낳은 일시적 제스처인가? 아니면 한국 정치의 구각을 깨고, 통합과 상생의 새로운 정치모델을 만드는 서막이 될 것인가? 적어도 그런 길을 여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6·4 지방선거 이후 몇몇 지방정부, 특히 경기도에서 벌어지는 정치의 새로운 모습을 두고 떠오르는 생각이자 물음이다.

지난 19일 국회에서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한 토론회가 있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 경기도당, 경기도의회가 함께 연 행사다. 새누리당 소속의 남 당선자가 기존의 정무부지사 자리를 사회통합 부지사로 이름을 바꾸어 야당이 맡아 달라고 제안한 뒤에 이뤄진 ‘공청회’ 성격의 자리였다. 비록 지방정부 차원이지만 여야가 함께 정부를 구성하는, 한국 정치사에 전례 없는 ‘연정’이 사회적 논의의 장에 본격적으로 오른 것이다.

이런 유의 양태는 경기도만이 아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는 맞짱을 떴던 새정치연합의 신구범 전 도지사 후보에게 인수위원장을 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의 제주도당은 “협치를 가장한 협잡”이라며 반발했지만 원 당선자의 제안은 여러 각도에서 눈길을 끌었다. 상대 진영의 공약을 도정에 반영할 것을 구체적으로 주문(안희정 충남도지사)하거나, 선거 이후 만나 시정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을 다짐하는 모습(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몽준 전 의원)도 나타났다. 우리 정치문화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런 흐름을 두고 대권가도를 향한 ‘이미지 정치’라거나 노회한 ‘정치적 노림수’라며 평가절하하는 시각이 없는 바 아니다. 또 지방의회의 권한이 침해되거나 도정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부정보다는 긍정적 반향이 더 큰 듯하다. 그 배경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불통의 통치’에 야당은 물론 여당 정치인들조차도 “이대론 안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념과 지역주의를 삿되게 이용해 정치생명을 이어온 ‘선거만능의 갈등정치’에 신물 내는 여론도 반영됐으리라. 무엇보다 나는 복지서비스 등 ‘더 나은 삶’을 위한 주요 정책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여지가 많다는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

남 당선자는 “문제는 정치”라며 “대한민국 정치 및 권력구조 개편을 위해” 연정을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제안에 화답한 새정치연합 경기도당 위원장인 김태년 의원도 “승자독식의 정치 현실이 숨이 막힌다”며 정치혁신과 함께, “본래의 지방자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속내야 어떨진 모르겠지만 부디 이들의 희망대로 이뤄져 정치가 더는 “갈등의 진앙지”가 아니라 “삶의 질을 드높이는 문제 해결의 장”이 되길 바라 마지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넘어야 할 벽 또한 만만찮다. 아무리 사전에 정책 합의를 해도 부지사 한 사람으로는 실질적 성과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실무 국·실장이나 산하 공기업 기관장을 야권한테 맡길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으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더라도 여야 정당만의 연정을 넘어 시민을 중심에 놓고 참여의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획기적 실험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 차원의 노사정 대화기구 등 ‘합의주의 정신의 제도화’에 성공하면 대통령 중심제와 양당제 속에서 새 정치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여야 협상이 잘 진행돼 한 정치인의 시도를 넘어 진정 시민을 위한 실질적인 연정 실험이 이뤄지길 바란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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