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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경제교육의 새 판을 짜자 / 이현숙

등록 2014-06-15 18:05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정부가 위탁 운영하는 경제교육이 좌초 위기에 처해 있다. 올해 주관기관 공모 작업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주관을 맡았던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국고보조금 횡령 사고로 위탁교육을 중단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 재공모를 실시했지만 적합한 기관을 찾지 못하고 공모를 중단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직접 경제교육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이참에 정부 주도 경제교육을 재검토해 새 판을 짰으면 한다. 사실 그간의 정부 주도 경제교육은 적잖은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콘텐츠가 문제다. 한국경제교육협회가 정부 돈을 받아 매달 35만부씩 발행하고 있는 경제교육용 신문의 내용은 정부의 경제정책과 기업 홍보가 대부분이다. 경제교육 프로그램 내용도 재계의 편향된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이념적 편향 논란을 빚은 경제교과서 검정 과정의 배후에 이 협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이 협회는 설립 과정부터 잡음이 있었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경제교육 활성화를 명목으로 이명박 정부 초기 시절이던 2008년 설립됐다. 이 협회는 당시 정권 실세들이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그리고 활동도 미약했다. 5년 동안 270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이 협회가 주로 한 일은 일선 초중고교에 경제지를 배포하고 공무원과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이제 ‘관제’ 경제교육을 벗어나 다양한 ‘대안’ 경제교육을 아우르는 새 판을 짜 보자. 대안 경제교육은 여러 갈래로 시도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연구기관, 일선 교사, 생활협동조합 등이 다채로운 형태로 작은 실험들을 해 왔다.

우선 현장 초중고 교사와 경제교육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마련한 ‘더불어 행복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장의 효율과 생산성뿐만 아니라 협동과 호혜성 역시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라는 점을 일깨워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초중등 교사 두세 명이 교안을 직접 아이들과 재구성해 수업하고 정리하며 보완하고 있다.

한 종합연구원에서는 생활경제의 관점에서 최근 세계 및 국내 경제 이슈를 이해하고 건강한 소비생활을 가르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사들을 교육하고 있다. 또 협동과 연대의 경제라 할 수 있는 협동조합에 대한 청소년 교육교재를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생활협동조합 연구소에서도 비슷한 교재를 만들어 조합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경제에 관련된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소개하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특히 일방적인 글로만 엮지 않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등장해 대화와 토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만 칭송하는 한쪽으로 치우친 경제교육을 꼬집으면서, 다른 이면의 경제적인 면도 함께 보여준다. 새가 어느 한쪽의 날개만으로 날 수 없듯이, 경제교육에서도 좌우의 두 측면을 두루 살펴 새로운 대안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실험들의 공통점은 철학적 토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고, 경쟁이나 효율보다는 협동과 연대에 더 방점을 찍는다. 이런 철학의 전환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절실해졌다. 균형 잡힌 경제교육도 이 길 위에서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좌초 위기에 처한 정부 주도 경제교육도 거듭날 수 있도록 새 판을 짜야 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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