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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왕권신수설

등록 2014-06-12 18:27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은 이후 구교와 신교 사이의 종교 전쟁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승리를 거둔 자는 구교 측도 신교 측도 아니었다. 종교 분란의 최대 수혜자는 유럽 각국의 제왕들이었다. 전쟁과 농민 반란까지 도처에서 발생하며 치안이 불안해지자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절대왕정은 이런 맥락에서 등장했다. 유럽의 군주들은 경쟁적으로 상비군을 증강하여 국내의 반란을 진압하며 대외 전쟁을 수행했다. 경제적으로는 중상주의 정책을 채택해 내국 산업을 진흥하려는 보호 무역 정책을 펼치며 국부를 늘리려 했다.

그런데 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왕의 절대적 권능을 확립시킬 이론적 기반이 필요했다. 그 필요성을 충족시킨 것이 왕권신수설인데, 그 기반을 다진 이가 자크 보쉬에이다. 서양 역사를 통틀어 빼어난 연설가로 손꼽히는 그의 설교에 감명받은 루이 14세 모후의 배려로 그는 왕실과 연을 맺고 황태자의 가정교사가 되었다.

제왕교육을 위해 만든 <성서로부터 도출한 정치학>은 왕권의 특성을 네 가지로 규정하고 성서에서 인용한다. 첫째 왕권은 신성하다. 왕의 권력은 신에게서 왔으니 그를 공격함은 신성모독이다. 둘째 왕권은 가부장적이다. 아버지가 가정의 우두머리이듯 왕은 국가의 아버지이다. 셋째 왕권은 절대적이다. 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다. 넷째 왕권은 합리적이다. 왕의 말은 최고의 이성과 지성을 소유한 신의 말씀이기에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

16~17세기 유럽에서 통용된 이론을 지금 이곳의 위정자가 받아들이고 있음을 확인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그런데 왕권신수설의 기본 정신은 증발된 상태여서 절망감은 배가된다. 보쉬에는 국왕의 권한이 절대적인 만큼 그는 자신의 내부에 그에 합당한 합리적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이 국왕에게 절대적 권능을 하사한 궁극적 이유는 국민의 복지에 있음을 명시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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