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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 칼럼] ‘생활 진보’의 힘

등록 2014-06-09 18:14수정 2014-06-10 13:31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복잡하다. 한두 가지의 잣대로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6·4 지방선거 결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인식도 그만큼 다원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양당 체제가 더 견고해진 데서 보듯이 ‘보수 대 진보’라는 큰 틀은 여전히 살아 있다.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안보 보수파, 경제 보수파, 사회문화 보수파가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박정희 정권 때 팽창한 뒤 여러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기득권 구조를 굳혔다. 김영삼 정권과 이명박 정권은 중도 쪽을 확장하기 위해 이들 가운데 일부와 거리를 두려 한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이들과 굳건하게 손을 잡았다. ‘새로운 보수’를 꾀하기보다는 ‘낡은 보수의 총동원’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번 선거는 그렇게 치른 첫 선거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이 가져가는 표를 100이라고 하면 안보 보수 지향 표는 대략 3분의 1 정도의 안정적 지분을 갖는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경제 보수와 사회문화 보수의 비율은 달라진다.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2007년 대선 이후에는 경제 보수 지향표가 줄고 사회문화 보수 쪽이 커지는 추세에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안정 심리’다. 이번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박근혜 구하기’ 표도 그쪽이다. 안보 보수 또한 안정을 중시하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여권은 특별한 공약 없이 ‘안정’ 하나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은 셈이다.

진보세력도 크게 셋으로 나뉜다. 민주(+복지·평화) 진보파, 현장 진보파, 생활 진보파가 그것이다. 민주 진보파는 민주화운동을 기반으로 성장해 복지·평화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세력이다. 현장 진보파는 노동·농민·교육·생태·공동체 등 현장 활동을 중시한다. 진보정당과 친화력이 강한 편이지만 이번에는 제1야당 외의 대안이 별로 없었다. 생활 진보는 2010년 지방선거 때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한 흐름이다.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조직화 정도는 낮지만 그 위력은 작지 않다. 민주 진보 지향 표는 아이엠에프 경제위기 이후 선거에서 야당이 얻는 표의 대략 절반 정도를 차지해왔다고 볼 수 있다. 현장 진보 표는 2000년대 초·중반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며, 생활 진보를 지향하는 표는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생활 진보다. 이 흐름은 2008년 촛불집회와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대선 등에서 큰 변수가 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만큼 뚜렷하지는 않지만 큰 영향을 줬다. 계층으로는 대도시 중간층, 연령별로는 40대 이하, 성별로는 여성이 다수다. ‘앵그리맘’은 단순히 화만 내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인식과 삶의 질에 대한 감성을 투표와 직결시켰다. 진보 성향 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그 결과다. 특히 인지도와 무관하게 냉철하게 공약을 따진 서울 교육감 선거의 경우는 놀랍다. 이들은 태풍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용하지만 분명한 바람’을 만들어냈다.

보수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최대로 결집했다. 곧 박근혜 정권이 자신을 스스로 갱신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최대치가 이번 선거 결과다. 야권은 그렇지가 못했다. 무엇보다 계속 발전하는 생활 진보의 흐름을 따라잡는 데 실패했다. 앞으로 생활 진보는 교육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정치 등 우리 삶의 모든 분야로 확장될 것이다. 이후 선거를 생각한다면 하나의 초점이 더 있다. 이번 선거에서 30대 이하 유권자는 38%, 50대 이상은 41%였다. 3%포인트(130만명) 차이다. 이 수치는 앞으로 2년마다 1~2%포인트씩 더 벌어지게 된다. 생활 진보의 내용도 세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보수세력의 주된 가치가 안정이라면 이에 맞서는 세력은 ‘진보’ 자체가 열쇳말이다. 그 진보는 더욱 생활에 밀착하되 새롭고 행복하며 평화롭고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안정 논리를 뛰어넘어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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