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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석구 칼럼] 세월호 참사와 ‘선거의 여왕’

등록 2014-06-04 23:06수정 2014-06-05 01:41

정석구 편집인
정석구 편집인
이번 6·4 지방선거는 ‘박근혜 선거’였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눈물’을 앞세움으로써 선거판을 박근혜 지키기냐 버리기냐로 바꾸어 놓았다. 국민은 새누리당의 정책이나 후보가 아니라 박 대통령을 보고 표를 찍은 셈이 됐다.

결과는 의외였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은 상황에서도 여당이 참패를 면한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견고함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여파 속에서도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 대통령의 위력이 다시 한번 확인된 선거였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 전반에까지 지지를 보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박 대통령 개인과 박근혜 정부를 분리해서 대응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지는 계속 보내주면서 잘못된 국정 기조를 개혁할 기회를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모두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환골탈태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빈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겉으론 민심을 귀담아듣겠다고 했지만 국정 기조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뒤끝은 늘 불행한 사태로 귀결되곤 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잘못된 국정 기조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퇴행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국정 기조를 고집하면서 국민적 반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얼마나 달라질까. 당장은 몇몇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분위기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라서 승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애써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갈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국민의 지지 없는 국정은 표류하기 마련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경질 정도로는 부족하다. 편협한 ‘수첩 인사’를 지양하고 인물군을 넓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물색해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충성할 인물이 아닌 국민에게 봉사할 사람을 원한다. 또다시 군인이나 관료, 영남 등 특정 지역 출신만을 등용한다면 이는 다수 국민과 대결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것과 같다. 그 결과는 우리 사회를 끝없는 갈등과 분열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릴 것임을 알아야 한다.

퇴행시킨 민주주의의 기본과 원칙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국기를 문란케 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 재판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둥 계속해서 이 문제를 뭉개고 가려 해선 임기 내내 대통령 퇴진 요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과 경찰력을 동원해 국민의 목소리를 억누른다고 가라앉을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얼마나 개혁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을 보면, 절차와 내용 모두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청와대 밀실에서 몇몇이 급조한 듯한 안전 관련 조직 개편은 이 정부가 아직도 얼마나 오만하고 아마추어적인지 스스로 확인시켜 주었다. 이런 수준의 임기응변식 대처로는 앞으로도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사실 이런 지적은 새삼스런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한 경고는 임기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그럼에도 겉으로 드러난 높은 지지율에 취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 곳곳은 병들어 썩어갔고,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의존했던 김기춘류의 ‘공안적 정국 운용’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이번 선거 결과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이런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길 바란다. 그러지 못하면 이번 선거에서의 선전은 한갓 물거품에 지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편집인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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