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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안전사회의 고갱이 ‘사람 중심 경제’ / 이현숙

등록 2014-05-25 18:55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요즘 우리 사회 공통의 관심사는 안전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안전은 주요 화두로도 떠올랐다. 세계 곳곳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터키의 탄광 참사 등 위험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제 위험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로 국가, 기업, 사회가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안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경제계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바로 다음날 국가안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민 성금을 모으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안전 대한민국 구축을 위해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모은 성금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지원, 안전경영 선포식, 노후설비 등 안전시설 점검,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 전문가 양성, 산업별 유형별 재난발생 대응 매뉴얼 제정 보급, 선진국 모범사례 발굴, 관련 기술 연구 촉진 등이다.

경제계의 이런 움직임은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기업 안전사고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지나친 성과지상주의, 효율 추구의 경제로는 제아무리 안전에 투자를 많이 한들 안전경영을 담보하기 어렵다. 저비용과 고효율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은 직원의 임금을 낮추고, 인원수를 줄이거나, 사내 하청을 늘리기도 한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도 이런 기업이었다.

이윤에 눈먼 청해진해운은 직원들을 쥐어짰다. 세월호에서 배를 움직이는 선박직 15명 가운데 9명이 비정규직이었다. 급여도 업계 평균에 턱없이 못 미쳤다. 당연히 선원들의 이직률도 높았다. 이처럼 기본적인 욕구조차 제대로 채워지지 못하는 조직의 직원들이 책임의식과 공동체의식 등을 갖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불안정한 고용은 직무에 대한 책임감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나쁜 일자리가 우리 사회의 안전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프레임을 바꾸는 걸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의 안전경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경제원리를 사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인간회복의 경제학>의 진노 나오히코 도쿄대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사람 중심의 경제를 강조해 왔다. 그는 대표적인 모델로 스웨덴의 사례를 꼽았다. 스웨덴은 공업 중심에서 지식 중심의 사회로 옮겨가면서 사람을 가장 중요한 경제 요소로 삼았다. 의료, 교육, 육아 등 사회서비스를 총동원해 사람을 키우고 돕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도록 했다. 투자의 의미에서의 복지로, 일터에서도 일과 복지를 연계한 워크페어(workfare)를 적극 추진했다. 스웨덴은 높은 복지지출 규모에도 양호한 성장세와 높은 국가경쟁력을 이어오고 있다.

12년간 핀란드 대통령을 지낸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도 이런 사람 중심의 경제가 기업과 사회가 함께 갈 수 있는 길임을 강조하고 실행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할로넨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만난 기업인들이 사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한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핀란드를 사업하기 가장 적합한 국가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저는 사업가에게 가장 좋은 게 모두에게 좋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가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멀리 내다보고 사람을 중심에 둘 때 비로소 우리는 안전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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