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태머니 홀

등록 2014-05-21 18:37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18세기 말부터 미국 뉴욕시 행정은 ‘태머니 홀’이라는 민주당의 한 파벌이 주도했다. 자선을 목적으로 출발해 특히 아일랜드에서 새롭게 도착한 이민의 자립을 도왔던 이 조직이 그 목적에만 충실했다면 아직도 존경을 받으며 존속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적 사조직으로 변질한 태머니 홀은 부패와 타락의 온상으로 전락해 오명을 남기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부패가 극성했던 시기는 ‘보스’라는 별칭으로 통하던 윌리엄 트위드가 조직의 실권을 장악했던 기간과 일치한다. 난립하여 경쟁이 극심하던 사설 소방대 사이에서 폭력을 휘두르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트위드는 1850년대에 시의원과 국회의원이 되었고, 그것이 그의 암중비약의 시작이었다.

트위드는 행상에게 ‘세금’을 걷는 식으로 검은 부를 축적해 뇌물로 사용했다. 법률을 공부하지 않은 그에게 변호사 자격증이 부여됐고, 그렇게 설립된 로펌은 또 다른 공금 횡령의 수단이 되었다. 그는 조직 내부에 소위원회를 만들어 심복을 심는 방식으로 내부 정보를 빼내 모든 계약을 선점했다. 문방구 회사, 철도 회사 등을 설립하거나 강압적으로 인수하여 시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챙겨 시정의 패권을 잡았다.

그의 조직원들이 시의원 15석을 독점하는 일까지 생겼다. 알량한 이득을 얻은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준 결과였다. 부패가 더욱 커진 것은 불을 보듯 빤했다. 시에서는 법원 건물을 새로 짓는 계약에 알래스카 구입보다 두 배에 달하는 돈을 지출해야 했다. 목수 한명의 한달 월급이 오늘날 가치로 50억원에 해당하는 식으로 지불케 하여 착복한 것이다.

호사스레 살며 영원한 부귀영화를 누릴 것 같던 트위드에게 종말이 찾아왔다. 인명 참사를 빚은 폭동에 대한 대응이 문제였다. 내부 고발이 일면서 조직에 분열이 생겼고 양심 세력의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트위드는 감옥에서 삶을 마쳤다. 부패와 음모로 점철된 그의 삶이 우리에 전하는 유일하게 중요한 교훈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대통령 거짓말에 놀라지 않는 나라가 됐다 [권태호 칼럼] 1.

대통령 거짓말에 놀라지 않는 나라가 됐다 [권태호 칼럼]

윤 대통령이 내일 답해야 할 것들, 사안별 쟁점 뭔가? [11월6일 뉴스뷰리핑] 2.

윤 대통령이 내일 답해야 할 것들, 사안별 쟁점 뭔가? [11월6일 뉴스뷰리핑]

자영업자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유레카] 3.

자영업자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유레카]

[사설] “내가 먼저 특검 주장할 것”, 7일 기자회견이 그때다 4.

[사설] “내가 먼저 특검 주장할 것”, 7일 기자회견이 그때다

[사설] ‘명태균 게이트’ 수사, 이 검찰로는 안 된다 5.

[사설] ‘명태균 게이트’ 수사, 이 검찰로는 안 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