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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대통령, 당신부터 적폐입니다

등록 2014-05-18 18:22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도려내겠다고 하셨다지요?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 하셨다지요. 그러면 대통령께서는 이 나라의 적폐가 무엇인지는 아시나요? 혹시 적폐 운운하시는 것이 당신께서는 이 일에 책임이 없다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건가요?

이 모두가 당신의 책임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도, 세월호가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구할 수 있었던 수백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은 것도, 그리고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모두 당신의 책임입니다. 이 모두가 대통령, 그리고 ‘당신들’로부터 비롯된 이 나라의 적폐 때문입니다.

막상 일이 벌어지니 우왕좌왕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 일도 못하면서 입으로는 못할 일이 없을 것처럼 떠벌리는 것이 적폐올시다. 그래도 최선이라도 다하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보다는 단지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과 책임만 피하려 하는 것이 적폐올시다. 일분일초가 급한 구조활동보다 장관에 대한 의전과 보고가 우선하는 것이, 그리고 재난구조보다는 ‘충격상쇄용 기사 아이템을 개발’하라는 것이 적폐올시다. 구조업무를 하는 국가기관인지 사설업체 영업부서인지 모를 행태를 보이는 것이 적폐올시다. 사고현장에 사복경찰을 더 많이 깔아놓고 정보활동에 더 열을 올리는 것이, 유가족의 길을 가로막고 채증사진 찍어대는 것이, 그리고 노란 리본 달았다고 불심검문하고 가방 뒤지는 것이 적폐올시다. 보도통제하고 기사왜곡하는 것이, ‘황제라면’ 계란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들을 청와대에서 쫓아내는 보복이 적폐올시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퇴진하라고 했다고 교사들에게 징계로써 보복하고 협박하는 것이 적폐올시다. 국민의 안녕은 안중에 없고 대통령의 안녕만을 챙기는 것이, 대통령의 안녕을 위해서는 국민의 생명이고 언론의 자유고 다 필요 없다는 그런 행태가 바로 적폐입니다.

대통령이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을 천지사방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데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에 낙하산 타고 내려가지 않으면 이상하지요. 대통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잡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공무원들이 자신의 출세와 이익과 영달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면 이상하지요. 대통령의 당선에 온갖 수단 다 동원하여 기여하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본 공무원들이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공평무사하게 일하리라 기대할 수 없겠지요. ‘관피아’를 막겠다고요? 대통령이 행정부와 공공기관을 전리품처럼 여기니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을 자기 집 텃밭으로 여기지 않겠습니까.

“과거로부터 쌓여온 적폐”를 “바로잡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너무도 한스럽다”고 하신 것을 보면 대통령께서는 아직도 이 일이 당신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가거늘 남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태도, 나도 피해자라는 그런 피해망상적 태도가 바로 가장 먼저 도려내야 할 적폐입니다. 당신의 ‘원칙과 신뢰’는 이제 원칙도 신뢰도 없는 적폐가 되었습니다.

이제 장관 몇명, 공무원 몇명 도려내시겠지요. 국정조사와 특별법을 약속하셨다고요? 유가족을 면담하고, 악어의 눈물을 보이셨지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해결책이라고 뭔가를 내놓으시겠지요.

선거가 다가오니 다급해지셨나요? 그게 아니라면 진정성을 보이셔야지요. 대통령 본인의 두 팔, 두 다리를 모두 잘라낸다는 읍참‘사지’의 각오로 이 일을 풀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통렬한 반성과 함께 이 일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제 제발 ‘셀프 조사’와 ‘셀프 개혁’은 그만하셔야지요.

유가족들의 말씀을 들으세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진상조사기구를 만들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모든 것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정부개혁, 관료개혁은 그다음입니다. 그것도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독립적인 위원회를 중심으로 해야 합니다. 다 내려놓는 것만이 대통령께서 임기까지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안 그러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지요.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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