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듯한 대통령, 공무원이기를 포기한 공무원이 국가 재난 발생과 구조작업 마비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자신들의 안전과 이익, 그리고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앞에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승객과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은 모두 뒷전으로 밀렸을 뿐이다.
국민 안전을 책임진 장관은 대형 여객선이 침몰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한가하게 한 행사장에 참석해 활짝 웃는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국민중심 행정’을 한다고 했다지. 수백명의 고귀한 생명이 여객선과 함께 침몰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한 말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에게 ‘국민’은 과연 누군가. 해경은 구조요청을 받고서도 ‘출동명령 보고서 작성’한다고 귀중한 골든타임 10여분을 낭비했다니, 보고서를 쓰지 않으면 받을 견책이 더 두려웠던가?
이제 선장·선원·선주 일가, 관련 공무원 등에 대한 조사와 엄한 처벌이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대통령께서 단호하게 그들을 단죄하실 거다. 총리를 경질했고, 앞으로 주무장관 몇 명도 문책 경질하겠지. 모든 것이 그들의 책임인 양.
그러나 이번에는 절대 이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선박 안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가행정 전반에 걸친 고질적인 문제가 세월호 침몰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다음에는 무엇이 터질지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대통령부터 책임회피에 급급한데, 그 밑의 공무원들에게서 무슨 의무와 책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다 덮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것이 다 원래대로 되돌아갈 텐데.
우선 대통령이 바뀌고, 정부가 바뀌고, 관료가 바뀌어야 한다.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성에 매우 분개하고 있고, 또 적지 않은 국민의 마음속에서 대통령은 이미 ‘끝난’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행정조직상의 대통령으로 아직 3년10개월이나 더 있어야 하니 남은 기간 제발 책임있게 일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제 제발 남 탓하지 않는 새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지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들도 책임있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관료개혁의 첫걸음을 확실히 내디뎌야 한다. 관료개혁 없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번 사고의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그리고 늑장 구조에 책임이 있는 해양경찰청은 해당 지방해양경찰청을 통째로 폐지하고 그 소속 공무원들을 전원 직권면직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관련기관은 기관 전체가, 그리고 소속 공무원 전원이 공동책임을 지도록 해야 앞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깨지 않는 한 절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선급 등 책임있는 관련조직도 모두 해산하고 소속 직원을 모두 해직해야 한다.
이것은 필자가 절대 화풀이로 하는 주장이 아니다. 장관, 담당 공무원 몇 명 자르면 속으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동료 공무원들이다. 앞에서는 같이 눈물을 흘리지만 뒤돌아서서 춤을 추는 것이 공무원의 속성이다. 이제 나에게 승진의 기회가 오는구나. 그러니 철밥통이 유지되는 한 몇 명의 문책으로 절대 관료는 바뀌지 않는다. 사실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그 부처 내의 동료들 아닌가. 일을 잘 모르는 외부인보다는 내부자들끼리 서로 감시·견제하고, 공동의 노력을 하도록 해야 한다. 동료가 잘못하면 내 철밥통도 날아갈 수 있다는 공동책임제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0조는 ‘직제의 개편 등으로 폐직’될 경우 소속 공무원을 ‘직권면직’할 수 있다고 한다. 민간에서 널리 새로 인재를 구해 안전행정과 해양수산을 책임질 새 조직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과격한 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과단성 없이 우리 사회에서 관료개혁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끝난’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답게 일하려면 이 정도의 개혁을 할 각오를 가져야 한다. 필자의 생각이다. 지면 한계상 골자만 말했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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