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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나디아 코마네치

등록 2014-03-13 19:01

조한욱의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의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전광판에 뜬 1.00이라는 숫자 때문이었다. 빼어난 연기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였는데 곧 진상이 밝혀졌다. 당시 전광판은 10.00이라는 점수가 표시되지 않아 취한 응급조치였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개막 전에 점수판을 제작한 오메가 사에서는 체조 경기를 위해 네 자리의 전광판이 필요한지 문의했었다. 체조에서 완벽한 점수는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루마니아 출신의 14살 소녀 나디아 코마네치는 몬트리올 올림픽의 요정이 되었다. 난도가 높은 기술을 완벽하게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연기에 눈길이 집중되었고, 세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여섯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경탄과 열광 속에 코마네치는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운동선수가 되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동구권이 참가하지 않아 반쪽 대회가 된 올림픽 체조 경기에서 10.00점이 다량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무난하고 평범한 연기를 펼쳐도 실수만 하지 않으면 감점을 주지 않는 거품 채점 탓이었다. 미국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몰아주기 위한 처사였다. 그 결과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선수들이 여러 종목에서 공동 금메달을 받는 일까지 일어났다. 천부의 재능에 각고의 훈련이 더해져 도달한 완벽의 경지는 그렇게 훼손되었다.

김연아는 여자 피겨스케이터로 불가능해 보였던 마의 200점대를 최초로 돌파한 선수다. 지금껏 누구도 수행하지 못했던 완벽한 기술과 예술적 완성도에 대한 정당한 평가였다. 그런데 그 이후 누구나 손쉽게 200점대를 통과하게 되었고 결국 소치 올림픽에서 또 한번 사기와 부패의 스캔들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우리에게 초월적 경지를 보여줬던 선수의 마지막 갈라 프로그램은 ‘이매진’이었다. 경쟁의 무대를 떠나며 연아가 ‘나라가 없는 세계를 꿈꾼’ 그 노래에 담아 전한 메시지가 아이오시(IOC)에 가닿았을까?

조한욱의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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