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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의사 파업 / 김의겸

등록 2014-03-04 18:36수정 2014-03-05 15:36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의 파업은 일종의 ‘터부’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단순한 항의집회 수준부터 집단적인 단식투쟁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한 의과대학 교수가 30여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의사 파업 36건을 원인별로 분석해 봤더니, 보수와 관련한 사안이 48%, 보건의료예산 삭감이나 노후시설 문제가 22%, 장시간 근무가 16%였다. 또 의사들의 파업은 대부분 요구조건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36건 중 성공한 사례가 32건(88%), 실패는 3건(8%)이었다.

세계의사회(WMA)도 2012년 10월 타이 방콕에서 총회를 열어 의사들의 파업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의료윤리 및 법령에 위반된다는 이유 등으로 성명 채택에 반대했다. 의사 파업은 여전히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파업이 정당한가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공성’인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 의사들의 파업은 주민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 정부의 긴축정책과 그에 따른 병원과 의료기관의 민영화 시도가 시발점이었다. 2012년 10월부터 시작된 운동은 의료인의 흰색 가운에 빗대어 ‘하얀 물결’로 불렸는데, 15개월 동안의 장기투쟁 끝에 지난 1월27일 결국 승리를 거뒀다. 6개 병원, 4개 전문치료센터, 27개 지역병원의 민영화 추진이 중지된 것이다.

반면 캐나다 새스캐처원주의 의사들은 1962년 주정부의 의료보험 도입에 반대하여 23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의사들은 ‘사회주의’ 의료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제도가 시행되면 주를 떠나겠다고 위협했다.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 의사를 불러오는 등의 강수를 뒀다. 결국 이 파업은 실패했고, 의사들이 반대했던 의료보험은 새스캐처원주는 물론 캐나다 전역으로 확대됐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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