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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홀로코스트 논쟁

등록 2014-02-19 19:16수정 2014-11-23 22:36

조한욱의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의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데버러 립스태트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그 이후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미국의 역사가다. 아이히만 전범 재판 50주년을 맞아 그는 엄밀하게 학자의 관점에서 그 재판과 관련된 자료와 논쟁을 정리한 책을 집필하여 학자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또한 <홀로코스트 부정하기>라는 책을 통해 인종청소와 대량학살과 같은 것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진실과 기억을 모독하고 있는지 밝혀냈다.

이 책이 나온 뒤 나치와 인종주의에 경도된 영국의 저술가로서 아우슈비츠마저도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술책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홀로코스트의 실체를 부정하던 데이비드 어빙이 립스태트와 그의 책을 출판했던 펭귄 출판사에 소송을 걸었다. 자신을 ‘홀로코스트 부정자’이자 ‘극단의 우익’이라고 불러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어빙이 자료를 날조한 것이 밝혀졌다. 평결은 어빙이 홀로코스트 부정자, 역사 왜곡자, 인종주의자에다가 반유대주의자라는 것이었다. 런던의 <타임스>에서는 이 판결에 대해 “역사가 법정에서 제날을 맞아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고 묘사했고, <뉴욕 타임스>에서는 “어빙이 히틀러의 추종자가 아닌 체하는 가식에 끝장을 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사법부에서는 어빙의 항소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빙은 곤욕을 치렀다. 나치의 잔혹상을 축소시켜 말하는 자들에게 1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에서 기소했고, 독일에서는 입국금지령을 내렸다. 캐나다와 이탈리아도 뒤따랐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는 립스태트는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내린 3년형에 반대한다고 언명했다. 립스태트는 홀로코스트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치가들도 비난했다. 그것은 유대인의 문화까지도 반유대주의라는 틀 속에서 보도록 만들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역사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역사가는 중립적이고 비편파적인 학문 수행의 결과로 말해야 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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