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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그는 살아 있다!

등록 2014-02-13 19:07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그리고리스 람브라키스는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가 암살당한 그리스의 정치가다. 2차 대전 당시 그리스 독립운동에 적극 가담했던 그는 운동 시합을 조직해 굶주린 사람들을 위한 기금을 모은 운동선수였고,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소규모의 개인 병원을 연 의사이기도 했다.

그의 정치 이념은 ‘평화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그는 베트남 전쟁에 강력히 반대하여 생명의 위협을 받아가며 국제적 모임이나 시위에 참여했다. 1963년 그리스의 평화주의자들이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평화의 시위를 개최했다. 군사 정권하의 경찰이 개입해 시위를 금지시키고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의 작곡자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를 위시한 참가자들을 체포했다.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가졌던 그는 홀로 시위를 계속했다. 종착점에 도달했을 때 그는 영국의 핵무기 개발 연구소 건설 반대에 사용했던 깃발을 들고 있었다.

한 달 뒤 그는 테살로니키의 반전 모임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을 마친 그는 경찰을 포함한 많은 군중이 보는 앞에서 두명의 극우 테러리스트에게 곤봉으로 머리를 맞고 며칠 뒤 사망했다. 그의 장례식은 대규모의 시위로 이어졌다. 형사와 검사가 경찰과 군부가 극우주의자들과 검은 고리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밝혔으나 군부 독재 아래에서 오히려 그들이 직업을 잃고 투옥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희생은 그리스 민주화의 밑거름이 되었고, 지금도 그를 기리는 평화의 행진은 이어진다.

그의 삶을 기리는 소설 가 코스타 가브라스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그리스어 발음의 Z는 “그는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리스 군부에서는 영화의 상영뿐 아니라 “Z”라는 글자의 사용까지 금지시켰다. 그러나 그 영화는 유수의 영화제마다 상을 받아 가브라스의 명성을 더해줬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관 축소 사태에 외압이 의심된다. 하나, 대저 손바닥은 해를 가리지 못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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