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플라톤의 <국가론> 제7권은 플라톤 철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데아론을 비유로 풀어 설명한 동굴의 우화를 담고 있다. 동굴 안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 그들은 손발이 묶여 꼼짝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목도 고정되어 있어 앞의 벽면만 바라볼 수 있다. 그들 뒤에는 거대한 횃불이 있다. 그들과 횃불 사이에 어떤 물체가 있다면 사람들은 벽면에 비친 그림자를 볼 수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 그림자를 보며 그것이 실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이 본 것은 실재의 허망한 그림자에 불과하다. 참된 철학자라면 그림자가 아니라 실재, 즉 이데아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플라톤에 따르면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모든 것은 감각기관을 통해 알게 되는 무상한 물질세계일 뿐이다. 단지 이데아에 대해 알 수 있어야지만 우리는 참된 지식을 갖게 된다. 예컨대 우리가 어떤 둥근 물체를 보면서 그것이 둥글다고 인식하는 것은 우리가 원에 대한 이데아(관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플라톤의 철학을 관념론이라 통칭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동굴의 우화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동굴에 갇힌 어느 누군가가 자신의 상태를 자각한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를 돌아본다. 지금까지 봐왔던 것이 그림자였음을 깨달은 그는 동굴의 밖으로 나간다. 밝은 바깥세상에서 눈이 부셔 잠시 괴롭지만 그는 진실을 알았기에 행복감을 맛본다. 그런데 그는 곧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묶여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그러나 동굴 속의 사람들은 거짓을 말한다며 오히려 그를 비난한다.
신년 벽두에 잘 알려진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더라도 언론은 참을 말해야 한다는 소망 때문이다. 새로운 한해 역시 많은 사람들을 묶어놓고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만 보도록 만들면서 그것을 참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리라는 암울한 전망 때문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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