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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독일 민족주의 물리학

등록 2013-12-18 19:18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1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벨기에의 대학교 도서관에 방화하자 학문에 가한 이 야만에 대해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 8인이 항의문을 작성했다. 곧 독일의 물리학자들이 독일의 의중을 오해했다며 ‘항소’성 반대 의견을 표했다. 이 대립은 독일에서 통용되던 영어 사용 관행을 거부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예컨대 독일의 발견이나 영어로 명명된 ‘X 광선’에 ‘뢴트겐 광선’이라는 독일 이름을 붙이는 식의 저항이었다.

과학자들의 이런 ‘지성의 전쟁’은 별로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치가 세력을 확대하며 우경화가 심해지자 독일 물리학계는 점차 흉측한 태도를 드러냈다. 그들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유대인 물리학’이라고 배격했다. 유수의 독일 물리학 교과서조차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다. 나치 집권 후 사태는 악화되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던 필리프 레나르트와 요하네스 슈타르크가 ‘아리아 물리학’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선봉에 나서 유대인 물리학자들을 대학에서 제거했다. 나치 이데올로기를 이용하여 독일 물리학계를 지배하려는 권력욕이 작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과도한 욕심은 눈을 멀게 한다. 그들은 학문적으로 아인슈타인과 같은 선상에 있던 하이젠베르크 같은 이론물리학자까지 ‘정신적 유대인’이라고 폄훼했다. 그러나 물리학계는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의 탁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치조차 전쟁에서 ‘유대인 물리학’의 용도를 간파했다. 결국 레나르트와 슈타르크는 오명을 남기고 사라졌다. 미국 사학자 앨런 바이어천의 평가를 빌리면 “아리아 물리학은 전투에서 이겼으나 전쟁에서 패한” 것이다.

이 사례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집필과 그 선정에 관련된 자들의 말로가 어떠할지 예견케 한다. 그들에게 보내는 하이젠베르크의 전언. “전문가란 자신의 행동에서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실수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피해갈 방법도 아는 사람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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