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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세상을 바꾸는 ‘1%의 마법’ / 이현숙

등록 2013-11-10 19:08수정 2013-11-10 19:09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기업은 점점 더 부자가 되고, 국민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최근 수출 기업의 놀라운 실적에 국제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의 살림살이는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출 대기업은 돈 풍년을 맞았지만, 근로자 실질소득은 계속 줄고, 소비자들은 엄청난 빚 부담에 지갑을 열지 못한다.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불안해 보인다.

이런 위기를 해결하고자 지난 6~7일 서울에서는 뜻있는 행사가 열렸다. 지방정부와 민간기관이 손잡고 포용적인 성장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3 국제사회적경제포럼’을 처음으로 열었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한 도시혁신으로 주목받아온 볼로냐, 퀘벡 등 세계 8개 도시 대표들과 국내외 100여곳의 민간기관이 모여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을 함께 나눴다. 그리고 연대와 협력 방안을 담은 ‘서울 선언문’을 발표해 국제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국제포럼은 사회적 경제 최대 네트워크 장이란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이틀간 기조연설이 있었고, 햇빛발전, 도시농업, 주거재생 등 20여개 주제별 세션이 열렸다. 국내외 사회적 경제 단체 및 연구기관 등에서 1000여명이 참여해 사회적 경제의 의미를 공유했다. 일반 시민들 또한 이런 움직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포럼은 라이브 서울을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는데, 첫날 행사에만 클릭 수가 10만이 넘었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무엇보다 국제교류의 민관 협력 체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그동안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의 국제교류는 민간기관 사이에만 산발적으로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데 머물러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울선언을 통해 이러한 국제교류의 민관 협력이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국제협력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게 첫발을 떼었다는 점에도 의미를 둘 수 있다.

아울러 이번 국제포럼을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적 경제 성장의 힘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그간 몬드라곤, 볼로냐, 퀘벡 등 사회적 경제 선진 도시의 모델을 배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국의 사회적 경제는 아시아 사회적 경제의 중심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아시아는 물론 더 많은 지역의 사회적 경제와 협력, 연대를 이끌어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탤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 주도해 국제 사회적 경제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데는 그간 우리 안에 싹튼 변화의 씨앗들이 큰 구실을 했다. 협동경제의 작은 메카로 불리는 강원도 원주는 1970년에 32명의 주민이 출자해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 협동경제의 싹을 틔웠다. 2009년에는 19개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들이 모여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원주 인구의 15%가량이 네트워크 회원으로 활동하고, 신용협동조합, 의료생활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 공동육아협동조합, 교육협동조합, 영농조합법인 등 여러 협동경제 조직들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지역 공동체를 살려 로컬푸드 1번지가 된 전북 완주군 등 많은 변화의 싹들이 우리의 사회적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번 포럼의 한 참가자는 “특정한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이 1%만 있어도 변화의 씨앗이 움튼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1%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단다. 사회적 경제에서 이뤄지는 ‘1%의 마법’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터이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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