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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대통령과 시도지사 만나라 / 이현숙

등록 2013-09-29 19:22수정 2013-09-30 17:56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지역의 작은 변화는 사람을 행복감에 젖게 만든다. 추석 때 고향을 찾아 1년 만에 동네 나들이에 나섰다. 아파트와 상가로 북적거리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숲길이 생겨 신기했다. 마산항과 마산역을 잇는 화물 철길이었던 곳에 철로변을 따라 꽃과 나무를 심고,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만들어 놓았다. 저녁 산책을 나온 가족들이 여럿 있다. 쓰레기와 악취로 가득했던 곳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추석 전 찾았던 광주 광산구에서도 지역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동네 뒷산에 수년간 방치됐던 전망대 건물이 올해 초 주민활동지원센터로 멋지게 변신했다. 1층 강당은 마을극장과 행사장으로 활용하고, 2층 북카페는 작은 도서관 겸 주민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오가는 주민들의 표정이 밝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렇게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해 가고 있지만 요즘 고민이 많다. 지역 주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쓸 수 있는 돈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지난해 지자체의 총예산 151조원 가운데 경상비 등을 빼고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14조원뿐이었다. 전체 지자체 예산의 9% 수준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10% 자치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취득세 영구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와 복지예산 부담금 증가로 지방재정은 더 어려워지게 됐다. 지방정부 채무는 2008년 19조486억원에서 지난해 27조1252억원으로 급상승했다. 그런데 지방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복지 관련 예산은 같은 기간 17.4%에서 20.5%까지 확대됐다.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 51%이며, 군 단위는 16%에 불과하다. 지자체의 절반가량이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벅찬 지경이다. 여기에다 무상보육 등 복지예산 분담금은 늘고만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도 대상이 줄더라도 지자체 부담은 연 1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 발전이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정과제에 지방재정 4대 목표로 재정자립도 향상, 지역간 재정격차 해소, 건전하고 효율적인 재정운영, 투명한 재정운영을 설정했다. 취득세 중심에서 지방소비세·지방소득세 중심으로 개편하고 지자체의 채무와 재정수지를 관리하는 지방재정 건전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지난 7월에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국민에게 행복을, 지역에는 희망을 주기 위한 지역희망프로젝트를 내놓고 제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해 26일 내놓은 대책에 대해 지방정부의 실망이 큰 듯하다. 정부는 10년간 연평균 5조원을 늘려주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지방정부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반발한다. 각종 복지예산 분담금이 늘면서 재정난이 심해지고 있다며 보조율 20% 인상,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 대 2에서 6 대 4로 조정하라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지방 발전계획 청사진을 훌륭하게 그려놓고 스스로 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고자 한다면 지방재정 위기를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처럼 지방정부 의견에 귀 닫고 일방적으로 내놓는 정책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방 재정난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면 이번 대책은 마치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환자에게 의사가 포도당 링거 주사만 처방해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것과 같다. 대통령은 시도지사와 만나 지방재정 위기를 풀어야 한다. 소통 없이 국민행복시대는 일궈낼 수 없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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