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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명구 칼럼] 딱딱한 힘과 부드러운 힘, 국정원 개혁의 비전

등록 2013-09-22 18:37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국가정보원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여야 모두 국정원 개혁에 동의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지, 커다란 그림이 없다. 국정원 셀프개혁은 고양이에게 푸줏간 맡기는 격이고, 민주당의 수사권 폐지,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통제 방안은 미흡하다. 국가안보 전략의 틀은 군사적 안보와 외교, 경제력과 같은 딱딱한 힘(hard power)으로부터 문화와 교육과 과학, 보건과 공공선의 기여, 보편적 정신과 가치 등 부드러운 힘(soft power)으로 변모해 왔다. 9·11 이후 10년 넘게 국가안보 전략과 체계에 대한 개혁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배울 수는 없는 것일까.

미국의 비전은 명확하다. 딱딱한 힘으로서 국방과 경제력, 부드러운 힘으로서 가치와 문화를 결합하는 스마트파워가 기본이다. 부시, 오바마 정권을 이어가면서(물론 정책이념에 따라 싸움도 치열하지만), 국가안보 전략의 비전과 체계의 개혁을 계속해 가고 있다. 정말 이 점이 놀랍고 우리가 배울 점이다. 정권 교체를 넘어서서 계속한다는 점, 그리고 집권당의 이해를 넘어서서 ‘미국의 이해’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

지속적 논의와 당파적 이해를 넘어서는 비전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2008년 3월5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9·11 이후 국가안보 체계를 개혁하는 정책 가운데 국방과 외교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 청문회에서는 미국 군부를 대표하는 3성장군, 4성장군 52명을 대표해서 앤서니 지니 장군(육군 중부사령관)과 레이턴 스미스 해군 제독은 이렇게 증언했다. “외교관계 예산이 전체 국가안보 예산의 6%에 불과하다. 올해 국방예산 증가액이 외교예산 전체와 비슷한 상황이다. 더 안전하고 나은 세계를 위해 우리가 어디에 투자할지 다시 생각하고 다시 균형을 잡아야 할 때다.”

상원 외교위원회는 이어 ‘국가안보 개혁을 위한 스마트파워 위원회’의 보고서 발표 청문회를 2008년 4월24일에 열었다. 여기에는 리처드 아미티지와 조지프 나이 두 사람이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을 대표해서 공동제안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 우리는 미국의 힘과 한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의 군대는 최강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도전은 군사적 해결보다는 더 강력한 민간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국가안보 체제에 대한 비군사적 개혁이라는 비전 아래 10개의 구체적 개혁방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러한 의회 차원의 논의에 근거해서 2010년 1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군사(defense), 외교(diplomacy), 발전(development) 세 가지(3D)의 균형을 국가안보 전략의 새로운 비전으로 천명했다. 오랫동안 국방과 군사에 치우쳐 있던 미국의 국가안보 정책을 외교와 발전(구체적으로는 빈곤국에 대한 원조와 지원)의 전략을 통해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산으로 보면 평상시는 국방과 외교 예산의 비율이 14 대 1 정도이고, 전시(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등)에는 17 대 1인 불균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책적 합의에 근거해서 9·11 이후 미국은 국방과 외교, 해외원조 등 세 축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스마트파워로서 국가안보기구들인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의 활동을 위치 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국가안보 정책의 핵심 비전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2013년 예산을 통해 보면 국방예산이 약 34조원, 국정원 약 1조1000억원(예산 편성에 공식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비공식 자료) 정도, 외교부 예산이 2조원 정도이다. 외교부는 새롭게 공공외교부(문화외교)를 신설하고 50억원을 편성했다. 내년 국방예산 중 차기 전투기(F-X) 1300억원, 대형 공격헬기(AH-X) 500억원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알리는 국가의 정책 비전이 참으로 왜소하다. 거대한 중국의 부상, 일본의 우경화,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국방과 외교와 문화를 통합하는 스마트파워로서 국가안보의 비전을 만들고, 그 토대 위에서 국가정보원을 새로이 세울 것을 제안한다.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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