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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함께해야 지속가능하다 / 이현숙

등록 2013-09-08 19:20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지수는 늘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것이 국가 지도자나 국민의 한 해 성적표인 양 부산을 떠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 3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의 순위가 지난해보다 6단계 낮은 25위로 기록된 것을 놓고도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행복 지수와 지속가능성 지수가 중하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 쏠리는 배타적 성장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거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연구에서 확인됐다. 아시아개발은행(AD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배타적 성장이 낳고 있는 문제점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로, 아시아개발은행은 2007년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심각해진 불균형 문제를 회원국에 알리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포용적 성장’이라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안했다. 포용적 성장이란 한마디로, 사회와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강조하는 경제모델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포용적 성장 모델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0년 유럽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유럽2020’을 발표하면서 포용적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중국은 그해 8월 후진타오 전 주석이 포용적 성장을 처음 언급한 뒤, 경제개발계획의 기본방침에 포함시키고 국가 핵심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난 5~6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의장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공통목표 가운데 하나로 모든 국가에 포용적인 성장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용적 성장의 흐름은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도 다가와 있다. 특히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 경제는 포용적 성장 모델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실제 영업활동을 통해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의 경우, 취약계층의 일자리 마련과 사회서비스 제공에 긍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850여곳이 인증을 받았다. 3년 동안의 인건비 지원이 끝난 사회적 기업들이 문을 닫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대부분은 고용을 유지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9개월 만에 2000개가량 설립된 협동조합은 절반 이상이 사업자협동조합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 경제정책 기조로 내건 따뜻한 성장도 포용적 성장과 맥락이 닿아 있다. 박 대통령은 당선 뒤 성장의 열매를 골고루 나누자는 취지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따뜻한 성장에 두겠다고 밝혔다. 국정과제에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를 통해 따뜻한 성장을 도모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사회적 경제가 포용적 성장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이나 방법론 모두 훌륭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경제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따뜻한 성장보다는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찍으려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 총수와 중견기업 회장들을 만나 상법개정과 경제민주화는 걱정하지 말고 투자 확대에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 반면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활성화는 뒤로 미루는 분위기다. 내년 지자체 선거 때까지는 정부가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거라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나 한국에서나 포용적 성장 모델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함께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뿌렸던 희망의 씨앗을 스스로 갈아엎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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