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며칠 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창조경제’에 대해 각국 정상들에게 멋들어지게 일장 강의를 한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는 재임 5년 동안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의 국제 전도사 노릇을 하더니,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창조경제 국제 전도사가 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걱정이 앞선다. 안에서는 쪽박이 깨지고 있는데 외국 정상들에게 설교하고 다니던 웃지 못할 해프닝을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보았으면 좀 배운 게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박 대통령은 국내에서 창조경제를 좀 해보고 나서 외국에 자랑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이지 왜 그리도 성급한지 모르겠다.
솔직히 박근혜 정부 안에도 아직 창조경제가 무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 혼선을 빚고 있는데 외국 정상들이 그것을 제대로 알아들었을까. 박 대통령이 일장 연설을 하는 동안 외국 정상들이 예의상 간간이 머리를 끄덕거렸을지도 모르지만 박 대통령께서 그것을 적극적인 찬동의 의사표시라고 오해나 안 했으면 한다. 안 그래도 창조경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랑이 남다른 것 같은데 자칫 광적인 도그마가 될지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는 아직 비전도 없고 전략도 없는 빈 개념에 불과하지 않은가. 별 내용은 없지만 그나마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는 앞으로 위험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상태인데, 그것이 대통령의 도그마가 되면 엄청난 부작용만 낳을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노파심에서 하는 얘기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잦은 국외순방 때마다 어김없이 4대강과 녹색성장을 떠들고 다녔고, 그때마다 외국의 정상들과 기업인들이 의례적으로 또는 실리를 위해 맞장구쳐주던 것을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오인하면서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았던가. 전세계가 자신의 4대강과 녹색성장에 열광한다고 떠벌리며 자기최면에 빠지지 않았던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내에서 비판을 받을 때면 으레 “외국에서는” 운운하며 강변하지 않았던가. 대통령이란 사람들은 국내에서 일이 잘 안 돌아가든지 비판을 많이 받으면 외국을 자주 순방하며 자기도취에 빠지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특히 권력욕이 강하고 헛된 공명심이 센 사람일수록 실제로 맞든 틀리든 자기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고 착각하길 좋아하고 자기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망상에 빠지기 쉬운데, 그 점에서 박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과 과연 크게 다를까?
박 대통령은 자신의 창조경제를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인정받고 싶겠지만 그것은 성과가 있을 때 자연히 만들어지는 것이지 홍보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국내외에서 4대강과 녹색성장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을 보라. 외국에 홍보하기 전에 우선 안에서 잘했으면 한다.
첫째, 우선 홍보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리고 도그마와 아집도 떨치고 진솔하게 임해야 한다. 진정한 성과가 있으면 대통령이 입 다물고 있어도 국민이 알고 세계가 안다. 둘째, 재벌의 등에 업혀 창조경제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했다. 그러면 약속한 대로 시장경제에 정말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텐데 임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재벌들 눈치 보며 경제민주화를 헌신짝처럼 버린단 말인가. 투자하고 일자리 늘려 달라고 재벌 원하는 걸 다 들어줄 기센데, 그래 봐야 친재벌 이명박 정권 때 그랬듯이 단물만 빼먹고 등을 돌릴 거란 걸 박 대통령은 모르는가. 셋째, 유신족과 기회주의적인 관료족들을 멀리하고 널리 새로운 인재를 구하여 주변에 두어야 한다. 새누리당 안에서만 널리 구해도 지금보다는 낫겠다. 넷째, 진정 중소기업을 사랑하라. 그러면 재벌들의 잘못과 총수의 전횡이 야기하는 문제가 무언지, 그리고 무엇을, 왜 고쳐야 하는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지금 많은 사람들이 박 대통령의 통치력과 책임의식을 걱정하고 있다. 남에게 떠넘기지 말고 모든 일에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국정에 임하라.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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