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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절망에서 희망을

등록 2013-08-21 19:04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는 일곱편의 영화만을 남겼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영상언어를 새롭게 창조하여 사색과 꿈으로서의 삶을 포착했다”는 찬사를 들었고,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영광을 거두어들였다. 영화사에 남긴 짧지만 굵은 그의 족적은 러시아에서 바뀐 위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소비에트 당국에서는 그의 영화가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솔라리스>는 엘리트주의에 물들었다는 이유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18세기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를 다룬 영화는 검열을 통과하려고 제출한 대본과 실제 대본이 다르다는 이유로 완성조차 되지 못했다. <노스탈기아>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기로 되어 있었으나 소비에트 정부가 개입해 취소시켰다. 전부터 망명을 생각했지만 이후 남게 될 가족의 안위 때문에 주저했던 타르콥스키는 마지막 작품 <희생> 이후 소련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망명 생활은 2년 만에 끝났다. 사인인 폐암에 대해서 케이지비의 독살에 의한 것이라는 음모설이 나돌 정도로 그와 소비에트의 관계는 소원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에서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을 기리는 국제영화제가 만들어졌고, 고향 유리예베츠에는 박물관이 건립되었다. 러시아의 천문학자가 발견한 소행성에 ‘3345 타르콥스키’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묘비명에 새겨진 것처럼 그는 “천사를 만난 인간”이 된 것이다.

그의 영화는 난해하고, 난해한 만큼이나 지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천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가 갖는 뜻을 깊이 음미하기 시작한다면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는 듯한 현대의 현란한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전망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말한다. “예술가가 말하는 세계가 절망적이면 절망적일수록 그는 이 희망 없는 세계와 대비되는 이상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우리 존재의 의미를 상징화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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