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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정권 무상

등록 2013-08-15 18:59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이 체제의 특징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며, 아무도 그 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아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교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정부와 경제 지도부의 관료 체제에 굳건히 뿌리박은 특권층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사적인 이해관계와 물질적 특혜와 출세에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 아주 친숙한 정경으로, 우리의 지도층을 객관적으로 정밀하게 묘사한 것 같다.

열악한 노동 조건을 몸으로 겪으며 일찍부터 운동에 뛰어들었던 레흐 바웬사는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노동조합 결성을 목표로 삼았다. 그가 목표를 성취하게 된 계기는 1980년부터 그단스크의 조선소에서 있었던 대정부 투쟁이었다. 정부에서는 자유노조를 합법화시켰고, 그것은 공산 국가 최초의 민주 노조 결성으로 이어졌다. 위의 인용문은 그 노조의 행동 강령에 나오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이다.

자유노조의 성공은 곧바로 바웬사의 정치적 성공이 되었다.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았지만, 노벨 평화상을 받을 정도로 국외에서도 역량을 인정받은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 1989년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노조 측은 한 석을 뺀 모든 의석을 차지했다. 1990년에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당선된 이후 사정이 바뀌었다. 정책에 대한 비판에 인신공격까지 더해지며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던 그의 대중적 인기가 하락했다. 노조 지도자로서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대통령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비판의 요체였다. 1995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그는 2000년 대선에서는 단지 1%의 득표에 그치며 정치적 영향력을 거의 상실했다.

권력의 무상함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때의 우상이었을지라도 능력과 평판에 따라 가차없이 표를 거부하는 그들의 풍토가 부러워 읊조리는 넋두리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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