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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국민행복 모델의 비밀 ②사회통합적 정책협의체를 제안하며 / 이창곤

등록 2013-07-14 19:20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얼마 전 북유럽을 다녀왔다. 수도 스톡홀름에서 베스테르비크, 칼마르를 거쳐 말뫼에 이르기까지 스웨덴의 주요 도시를 방문했다. 이어 스웨덴과 덴마크를 잇는 큰 다리인 8㎞의 외레순대교를 거쳐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까지 이르렀다. 7박8일 동안의 여정은 만나서 듣고 묻고, 거의 매일 짐 싸는 강행군의 일정이었다. 가히 ‘대장정’이라고 할 만한 이번 여정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의 북유럽 연수 프로그램인 ‘2013 스톡홀름사회포럼’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인 올해 포럼의 주제는 ‘사회적 대타협’이었다. 그런 만큼 노사관계자들을 비롯해 각계에서 40여분이 동참했다. 자칭 현대판 ‘신사유람단’이라고나 할까? 인상적인 순간들이 기억의 날개를 타고 다시 펼쳐진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뜻밖에도 ‘유람단’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이끈 운전기사였다. 첫번째 운전기사는 육중한 몸매를 지닌 청년이었다. 가끔 한마디 건네면 유창한 영어로 답하는 그는 안전운행과 근무시간 준칙을 철칙으로 아는 운수노동자이면서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었다. 또다른 운전기사는 연금생활자로 지난 1971년부터 운전대를 잡아온 73살의 ‘어르신’이었다. 그는 그간의 삶을 만족해했고 지금도 너무나도 행복하다며, 노동조합 덕분도 크다고 했다. 여전히 노조원이란 그는 노조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내비쳤다.

또다른 감동적인 순간은 인구 3만7000명의 도시 베스테르비크의 상생의 정치 장면이다. 지난 2010년 선거에서 어느 당도 과반수를 얻지 못하자 이념을 달리하는 보수당과 사민당은 이른바 ‘좌우연정’을 통해 시정을 책임지기로 했다. 제1당인 보수당에서 시장을, 두번째 다수당인 사민당에서 부시장을 맡았다. 나란히 한국 방문객들 앞에 선 시장과 부시장은 두 당의 노력으로 전날 내년도 시 예산안이 통과됐다며 한껏 자랑했는데, 이를 설명할 때는 서로에게 다가가 손뼉을 마주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이념은 다르지만, 시가 운영되어야 한다. 시와, 시민의 삶의 질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좌우연정의 바탕에는 “두 사람이 평소 서로를 신뢰했고, 또 제각기 당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도시계획 등 주요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는 반드시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한다며, 시민과의 소통도 강조했다. 스웨덴과 덴마크 노사관계자들의 친절하고 온유한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턱수염을 풍성하게 기른 스웨덴 노총 국제담당자는 “스웨덴 복지의 민영화가 우려된다”며 우파 정부를 맹비난하면서도 “그래도 신뢰를 가지면 반드시 (목표가) 이뤄진다”며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노총도 스웨덴이 장차 무얼로 먹고살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덴마크 노총 관계자는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며 “그럼에도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는 노동시장 주체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노동시장 해법에 대한 우리 쪽 질의에 대해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두 나라 경총 관계자들의 화합적 태도와 환대, 세련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여정은 포럼 참가단한테 숙고해야 할 몇가지 열쇳말을 던졌다. 신뢰, 상생, 대타협, 사회통합 그리고 국민행복을 위한 정책과 정치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행복사회’란 단어로 압축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청년실업, 노조조직률 하락, 저성장 등의 경제사회적 도전에도 사회통합을 잃지 않고 행복지수 1~2위의 국민행복을 아직도 이야기할 수 있는 데는 바로 이런 열쇳말이 사회 곳곳에 자연스레 농축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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