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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필요한 이유 / 이현숙

등록 2013-07-07 19:21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호혜와 협력의 사회적 경제가 싹을 틔워 자라고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 5년 만에 800여개의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 생겨났다. 지난해 12월에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됐다. 5명 이상이 모이면 금융과 보험을 뺀 모든 업종에서 협동조합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법 시행 반년 만에 1400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을 신청했다. 매일 협동조합 7곳이 만들어진 셈이다. 가히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사회적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심화로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의 소방수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 안에서 움직이지만, 경쟁과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존 경제 패러다임과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 탐욕 대신 이타심, 상호성, 협동 같은 동기가 사회적 경제를 움직인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대안 경제 모델로서 사회적 경제가 자리매김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무엇보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사회적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곳은 14% 남짓이다.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진 협동조합의 절반가량은 아직 사업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전에 정치색을 씌우려는 어설픈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 여당 의원은 “협동조합이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몇몇 언론에서도 협동조합의 정치적 악용 소지를 우려하는 글이 등장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에 정치적 렌즈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다. 협동조합은 시장을 인정하고 시장 안에서 경쟁한다는 점에서 주식회사와 같은 항렬의 기업이다. 사람과 협동을 경쟁력의 도구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협동조합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건강한 공동체에 뿌리를 둔 사업체이다. 협동조합기본법(9조 공직선거 관여 금지)에서는 협동조합이 정당 지지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도록 이미 못박아 놓았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경쟁 관계로 보는 시각도 생기고 있다. 사회적 경제를 통합적 방식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사회적 경제에 대한 개념 정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근본 원인이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육성법에서, 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에서 개념을 정의해 놓았다. 이들을 아우르는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아직 정리되어 있지 않다 보니 혼란이 빚어진다.

또다른 이유는 중앙정부의 주무 부처가 나뉘어 있는 데 있다. 현재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가 맡고 있다. 7월 첫주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주간 행사 진행도 당연히 사회적 경제로 통합되어 운영되어야 하는데, 올해도 부처 사이에 이해를 조정하지 못해 따로 치러졌다.

사회적 경제 개념을 정의하고 통합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지난 대선 때 야권 주자들의 공약이었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대승적 견지에서 안아야 한다. 국정과제인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육성을 달성하려면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나무의 최고 형태는 사회적 경제 숲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스페인과 캐나다 퀘벡에서는 독립된 사회적경제법을 만들어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놓았다. 우리도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만들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 경제의 개념도 정의하고, 사회적 경제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공동의 실태조사, 기본계획 수립,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기금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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