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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명구 칼럼] 전공과 직업

등록 2013-06-30 19:14수정 2013-07-01 16:30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어떤 전공을 해야 졸업 후에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까. 미국에서 최근 두 가지 재미있는 자료가 나왔다. 미국 ‘전국 대학과 고용주 협회’(NACE)의 ‘졸업생 임금 조사’는 40만명의 피고용자 조사와 정부 자료에 근거해 전공별 임금 수준을 발표한다. 2013년 ‘졸업생 임금 조사’ 결과 지난해 미국 대학 졸업생의 평균 임금은 4만4455달러로 2011년 4만2987달러보다 조금 올랐다. 전공 분야별 임금을 보면 공학이 5만~7만3000달러로 가장 높았고, 수학과 과학은 3만3000~5만1000달러로 상당히 낮았다. 문과에서는 경영 분야가 4만2000~6만4000달러, 커뮤니케이션이 3만4000~5만4000달러로 높았고,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 전반은 3만~4만3000달러였다.

또 페이스케일(Payscale)이라는 비영리단체는 해마다 미국 1000여개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의 임금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다. <시엔엔> <포브스> 등과도 부분적으로 공동조사를 수행하기도 한다. 2012년 전공별 연봉 조사에서 석유기술자가 최고 수준의 초임과 중견사원 연봉을 받고 있었다. 초임은 9만8000달러, 15년 된 중견사원은 16만달러. 2위는 항공기술, 7위 컴퓨터공학, 10위 통계학. 2위부터 10위까지는 초임이 6만달러 안팎, 중견사원이 10만달러 정도를 받고 있다. 11위에서 20위까지의 연봉은 5만달러 미만에서 시작하고 15년 뒤 9만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중 문과 전공은 행정학·경제학·국제관계 등이었다.

조사된 전공 전체 130개 중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하위 30개 전공에는 대부분의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 분야가 속해 있다. 이들의 초임은 5만달러 안팎, 중견의 경우 8만에서 9만달러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금이 높은 전공 상위 20개 분야와 낮은 전공 20개 분야 전체를 비교해 보면 초임은 갑절 정도 차이가 나지만, 15년 뒤에 가면 그 차이가 그다지 큰 것은 아니다. 상위 10위 전공이 10만달러이고 하위 20개 전공이 9만달러 안팎이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조사 결과. “당신은 지갑보다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직업에 관심이 있습니까. 당신을 의미있는 일로 이끌어줄 것이라 믿는 전공은?”이라고 물었을 때 가장 높은 순위를 받은 전공은 간호학·특수교육·의료공학·사회복지·신학·공공의료 등이었다. 이들의 소득은 대부분이 100위권 바깥에 있었다. 초임 4만달러, 15년 뒤 8만달러 정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의미있는 직업이라고 50% 정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전공에는 수학, 문학, 정치학, 피알, 컴퓨터공학, 마케팅, 경제학, 그래픽 디자인, 영화·텔레비전 등 영상 관련 전공, 패션디자인, 철학과 고전학 등이 보인다. 이들 가운데 마케팅 관련, 경제학, 수학과 통계학 등은 수입은 가장 높은 전공 중 하나였지만, ‘의미있는’ 직업에서는 평가가 낮았다. 또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공학 관련 전공이 수입은 높고, 사회적 의미도 상당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두 가지 조사 결과는 무엇을 시사할까. 첫째, 높은 수입을 받는 전공은 많은 경우 사회를 변화시키고 의미있는 직업이 아닌 경우가 많다. 둘째, 평생 높은 수입을 보장받는 직업을 택하려면 공학을 전공하는 게 좋다. 셋째, 상위 10위까지의 공학 분야를 제외하면, 전공에 따른 수입의 차이는 별로 없다, 초임만 차이가 많아 보일 뿐이다. 이 세 가지 시사점을 하나로 종합하면 두둑한 지갑을 보고 전공을 택하기보다 자신을 의미있는 일로 이끌어주는 전공을 택하는 게 좋다가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인기있는 전공 분야는 어떤가. 의예과, 경영·경제학과가 일반적으로 높고, 공학은 대체로 낮다.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한 선택보다는 임금이 많거나 안정성이 보장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지갑도 두둑해지고 의미도 있는 공학 분야의 인기는 여전히 시들하다. 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해도 15년 뒤 월급에 차이가 없다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할 가능성이 높은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까닭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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