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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쥐 한 마리가

등록 2013-06-26 19:13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누군가의 영향력이 너무도 커서 이름만으로도 대개가 유사한 현상을 연상할 때 그 이름은 보통명사가 된다. 그 이름은 인간의 시간적 유한성을 넘어선다. 뢴트겐, 노벨상, 케네디 스코어 같은 명칭은 이제 역사를 초월했다. 그런데 악행으로 큰 이름을 얻는다면? 후손에겐 대대로 수치가 이어질 테니 최소한 나쁜 짓을 하고 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조세프 매카시가 ‘매카시즘’이라는 오명의 원천이었다. 미국 국무부에 있는 205명 공산당원의 명단을 갖고 있다는 연설을 했던 다음날 이 상원의원은 숫자를 57명으로 줄였다. 사실은 어떤 명단도 갖고 있지 않았다. 청문회에서도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공화당 보수파가 그를 부추겼다. 하나가 먹혀들지 않으면 다른 말로 밀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냉전의 긴장 속에 미국인들이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던 차에 이것은 매카시에게 호재였다. 미국인들이 그에게 열렬히 반응했다. 공화당에서는 매카시의 효용 가치를 극대화시키려 했다. 반면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매번 돌출 행동을 벌이는 그와 개인적으로는 거리를 두려고 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그를 방관했을 뿐이다.

방약무인한 그의 공격은 정치인을 넘어 언론계·교수·연예인으로 확산되었다. 그가 지적하는 인물들의 서적·음악·그림이 도서관에서 자취를 감췄다. 육군에 개인적인 청탁을 하려다가 무산되자 그는 군대에도 공산주의자가 창궐하고 있다고 매도했다. 이것이 파멸의 시초였다. 결국 청문회에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지 못하고 변명에 급급한 그의 모습을 보며 대중은 등을 돌렸고, 그는 의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불신임을 당했다. 태산이 흔들렸으나 쥐 한 마리였을 뿐이다.

건전한 이성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는 이런 집단 히스테리가 발붙이지 못한다. 그런 교훈을 배워야 함에도 오히려 역사가 반복됨을 보는 것 같은 이 불안감이란….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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