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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지속가능발전 정책의 지속가능성 / 이현숙

등록 2013-06-16 19:42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텃밭과 나무 가꾸기, 전통시장이나 골목슈퍼 이용하기, 책 읽고 토론하며 공감하기, 이웃과 나누기, 동네 살림살이에 관심 갖기.’ 이달 초 인천시 부평구가 지속가능발전의 실천전략으로 ‘구민들과 함께’ 채택한 내용이다. 2년 전 부평구는 지속가능발전을 새로운 행정기조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꾸리고 행정조직에도 지속가능발전 가치를 담아 거버넌스를 정비했다. 그 결과 지자체 최초로 지속가능발전 비전을 선포하고, 이번에 실천전략까지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구민들과 상당 부분 합의한 것인 만큼 그 비전과 전략은 나름대로 지속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남미의 대표적 생태도시인 브라질 쿠리치바는 정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쿠리치바는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수거트럭으로 가져오면 감자·고구마·바나나 등 식품과 교환해주는 제도를 22년째 이어오고 있다.

쿠리치바는 한 사람의 힘으로 지속가능발전의 대표적인 도시가 된 것이 결코 아니다. 40년간 시장이 바뀌어도 생태도시로 가꾼다는 정책기조만큼은 흔들지 않은 결과이다.

그런데 우리의 지속가능발전 정책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바뀌고 있다. 지속가능발전 정책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못한 셈이다. 지속가능발전은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에서 국정철학으로 잡혔다. 참여정부는 ‘경제와 사회, 환경이 균형있게 발전하는 선진국가’라는 국가지속가능발전 비전을 선언했다. 이미 전 정부에서 설치한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 비전을 실현하려 했다. 이는 2002년 지속가능발전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각국 정부의 지속가능발전 추진 의무와 방법에 발맞춰 이뤄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선 녹색성장이 지속가능발전을 대체했다. 지속가능발전이 경제·환경·사회를 아우르는 개념이었다면 녹색성장은 경제와 환경의 조화를 전제로 한 성장 개념이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녹색성장을 위한 주력 실행조직이 됐다. 기존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환경부 장관 산하 위원회로 격하됐다. 상위개념인 지속가능발전을 다루는 조직 위에 세부 실행방식인 하위개념의 녹색성장을 다루는 조직이 있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예상대로 이명박 정부에서 지속가능발전 수준이 크게 퇴보했다. 지난해 6월 경기개발연구원이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우리나라 지속가능발전 수준을 평가한 결과,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지속가능발전 개선 정도는 3.95점으로 평가된 데 반해 이명박 정부 들어서 2.72점으로 크게 후퇴했다. 4대강 ‘삽질’에다 에너지 정책은 원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도 녹색성장위원회가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으니 당연한 평가일 터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녹색성장 개념을 다시 수정하려는 듯하다. 국정과제 평가기준에서 녹색성장 개념을 뺐다. 대신에 환경과 성장의 선순환, 지속가능사회 구현 등을 새 정책기조로 삼았다. 이에 따라 녹색성장위원회가 총리실 소속으로 바뀌고 녹색성장기획단은 폐지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차원의 지속가능발전 정책의 윤곽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속가능발전 정책이 지속되려면 무엇보다 법과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을 복원하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되돌려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시민참여 등 거버넌스 차원에서도 지속가능성이 담보되는 제대로 된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틀을 잘 잡음으로써 앞으로 또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백년대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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