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1912년 로렌스시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우리는 빵을 원한다. 또한 장미도 원한다.” 그들이 외친 구호는 노동자들의 생존뿐 아니라 존엄도 회복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 로렌스 파업은 “빵과 장미 파업”이라고도 말하는데, 이 문구는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제목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 표현은 제임스 오펜하임의 시구절 “몸과 함께 마음도 굶주린다네/ 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러나 장미도 달라”가 출처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 그 시인조차 로즈 슈나이더만이라는 여성 노동운동가의 연설에서 영감을 얻었다.
1890년 러시아령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지 2년 만에 부친이 사망하여 슈나이더만 가족은 곤궁에 휩싸였다. 홀로 가계를 책임지던 어머니는 그를 고아원에 맡긴 적도 있었다. 그는 배우고자 하는 열망도 뒤로한 채 열두 살 어린 시절부터 노동 세계의 험난함을 몸으로 겪었다. 그러면서 노조 운동을 통한 개혁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신이 다니던 공장부터 노동조합을 결성하며 그는 점차 운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1911년 트라이앵글 블라우스 공장 화재의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슈나이더만이 연단에 올랐다. “선량한 인간애를 말하려 한다면 나는 타 죽은 불행한 사람들의 배반자입니다. 사람들의 몸값은 너무도 싼 반면 가진 자들의 재산권은 너무도 신성합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들을 시험합니다. 슬퍼하는 어머니, 형제자매에게 적선할 한두 푼이 우리에게 덮쳐진 상황에 대한 유일한 저항이라면 법의 강한 손은 다시금 우리를 강력하게 압박할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지킬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노동계급 운동을 통해서일 뿐입니다.”
로렌스 파업은 남성 노동자들로 구성된 미국노동연맹의 홀대까지 받으면서도 궁극적인 성공을 거뒀다. 고통까지 연대하여 개인 노동자의 나약함을 넘어서려는 선구자의 집념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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