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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박근혜식 창조경제, 성공할까?

등록 2013-05-26 19:11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30년 전 일본의 승승장구하던 기세는 지금의 중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했다. 일본의 기술력과 제품 개발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등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이 구미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선두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의 막대한 무역 흑자를 축소하기 위해 엔화가 세 배나 평가절상됐고, 일본 국내의 증권 및 부동산 시장 거품(버블)과 맞물려 달러화로 환산된 일본의 국부는 폭증하였다. 이러한 막대한 부를 재원으로 일본의 부동산업자들은 미국의 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다 사들였다.

금융에서도 자산 규모 기준 세계 10대 은행에 일본 은행이 대여섯 개가 들어갈 정도로 일본의 위세는 실로 대단했다. 머지않아 일본이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제1위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한 유명 시사지의 칼럼은 일본의 승리에 부정적인 견해를 개진하여 필자의 관심을 끌었었다. 그 골자만 기억나는 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그때 일본 기업들의 내부 조직 문화와 사원 교육·훈련은 철저한 상명하복과 조직에의 순응 및 충성심을 직원들에게 주입하는 것이었다. 일본의 교육 시스템과 사회·문화 풍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조업 위주의 아날로그 산업 시대에 모방의 단계에서는 조직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면서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본식 교육과 기업 문화가 일본 경제의 성공 비결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모방에서 창조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기술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변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직의 효율과 충성심보다는 개인의 창의성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된다. 과거 일본의 강점은 새로운 시대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더욱이 일본의 전후 복구가 끝나고 풍족한 시대에 태어나 교육받은 새로운 세대에게는 이전 세대와 달리 맹목적으로 자기를 희생하면서 국가와 기업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소위 일본인들의 순종적 근면성마저 없어지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일본의 청소년 세대가 주력 산업 일꾼이 되는 20~30년 뒤 일본 경제는 더 이상 과거의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그 칼럼의 포인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를 근거로 그 칼럼은 미국의 미래는 일본의 청소년들에게 달려 있다고 대담한 반어적 결론을 내렸다. 되돌아보면 그 분석은 옳았다.

그러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어떨까? 솔직히 필자는 부정적이다. 첫째, 우리의 교육, 기업 문화, 기업 생태계는 창의성을 육성·훈련시키지도, 자생적 창의성을 보상·촉진하지도 않는다. 일본보다 더 창의성을 억누르는 환경이다.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둘째, 창조경제의 가장 큰 정책적 걸림돌은 관료의 덫인데, 대통령은 오히려 관료 의존형 창조경제를 하려고 한다. 각 부처에서 쏟아져 나오는 창조경제 구호만으로는 부족한지 국책·관변 연구소들도 창조경제 전담 조직을 만든다고 부산을 떤다. 심지어 ‘창조경제지수’나 ‘창조경영학과’를 만든다고도 하는 등 정말 어처구니없다. 관료들이 문서로 책상에서 급조한 창조경제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셋째, 창조펀드를 만든다, 세제 혜택을 준다 하는데, 본말이 전도되었다. 창조펀드 만든다고 창조경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경제의 싹수가 보이면 투자가들은 투자하지 말래도 투자한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넷째, 박 대통령도 명령으로 창조경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생각한 대로 잘 안 돌아가니 그 답답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1960, 70년대처럼 관료들을 시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질 수 있는 경제가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관료 조직이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명칭이야 어쨌든 앞으로 우리 경제는 창의성에 기반을 둔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창조경제는 참신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구호로 될 일이면 누군들 못했겠나. 길게 보고 우리 경제와 사회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다. 속전속결하겠다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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