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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아름다운 여성

등록 2013-05-22 18:58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여성 최초로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한 마이러 브래드웰의 아름다운 행적을 보면 절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교사였던 그는 법대에서 여성 입학을 허용하지 않던 시기에 네 아이를 키우며 변호사 남편의 도움을 받아 법학에 눈을 떴다. 브래드웰은 당시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던 신문 <시카고 법 소식>을 창간했고, 거기에 ‘여성과 관련된 법’이라는 고정 칼럼을 만들었다.

결혼한 여성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령을 만드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공헌을 인정한 순회판사가 그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수여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일리노이 고등법원에서는 남녀의 행동 영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미국 시민의 평등한 공민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14조에 의거하여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대법원의 기각 이유는 잔혹한 사건도 맡아야 하는 법조계의 관행이 여자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여성에게 문호가 열리면 더 많은 여성이 그 길에 들어서는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 등이었다. 대법관 브래들리는 일갈했다. “여성 최고의 운명이자 임무는 아내와 어머니라는 고귀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것이 조물주의 법이다.”

불공정한 처사라고 느낀 그는 연방 대법원에 호소했으나 마찬가지 결과였다. 이후 변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소송을 더 걸지는 않았지만 언론을 통한 여성 운동은 활발하게 지속했다. 그뿐 아니라 여성 참정권 획득이라는 영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1890년에 이르러서야 일리노이주에서는 새로운 요청이 없었는데도 그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허용했다. 신청한 지 21년 만의 일이었다. 여성의 권리에 대한 진실한 의도와 행동이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대통령의 미국 순방은 대변인의 아름답지 못한 경질로 끝을 맺었다. 여성은 물론이고 인간이나 인권에 대한 참된 이해에 바탕을 두지 않고, 고운 한복의 여성성에 의존하는 정치 활동이 초래한 마땅한 결과로 보인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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